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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릴 게이츠
작성일 : 2024-02-28 21:16조회 : 253
대릴 게이츠
LAPD를 강력한 법 집행기관으로 확립시킨 윌리엄 파커 국장은 1966년 7월 16일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61세 나이로 사망했다. 파커는 LAPD를 정치에서 차단시키고 매우 효율적인 경찰기구로 확립시키는 업적을 남겼다. 부패했던 LAPD는 미국 대도시 경찰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파커는 흑인을 경찰인력으로 받아드리는데 인색했고 흑인지역에 대한 강력한 순찰로 흑인 사회와 갈등이 생겼고 결국 와츠 지역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1950년에 파커가 국장이 될 때 경쟁자였던 태드 브라운(Thad Brown 1902~1970)이 파커의 후임자로 취임했으나 그는 국장이 되기 위한 시험을 볼 생각이 없었다. 그 후임으로 토마스 레딘(Thomas Reddin 1916~2004)이 국장이 됐으나 2년 후 방송진행자가 되기 위해 사임했다. 뒤를 이어서 에드워드 데이비스(Edward Davis 1916~2006)가 국장이 됐다. 데이비스는 선출직에 관심이 있어서 1978년에 사퇴하고 주지사가 되고자 했으나 실패하고 주 상원의원을 지냈다. 그 후임으로 대릴 게이츠(Daryl Gates 1926~2010)가 국장이 되어 1992년 6월까지 14년 동안 국장을 지냈다.
경찰국장이 된 윌리엄 파커는 총명하고 근면한 초임 경관 대릴 게이츠를 한눈에 알아보고 자신의 운전기사로 임명했다. 게이츠는 파커 국장을 태우고 다니면서 파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파커를 깊이 존경하게 됐다. 2차 대전 중 해군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 게이츠는 경찰로 근무하면서 남가주 대학을 졸업했고, 경사 진급 시험 등 시험만 보면 1등을 했다. 파커는 게이츠를 국장실에 근무시켜서 LAPD가 돌아가는 것을 알게 했으며, 제임스 해밀튼 경감이 정보국장직을 그만두고 사임하자 경감으로 승진시켜서 정보국장을 맡도록 했다. 게이츠는 자기의 철학을 이을 후계자는 게이츠라고 생각했으나 게이츠는 아직 젊어서 선배들이 많았다.
1978년에 에드워드 데이비스 국장이 정치를 하기 위해 사임하자 경찰위원회는 대릴 게이츠를 후임 국장으로 임명했다. 윌리엄 파커가 사망한 후 12년 만에 그가 후계자로 생각했던 게이츠가 국장이 된 것이다. 게이츠가 국장으로 취임한 1970년대 말 미국 도시는 과거와는 다른 문제에 봉착해 있었으니, 바로 마약과 갱이었다. 양복을 잘 차려입은 1930~50년대 갱과 달리 게이츠가 다루어야 했던 갱은 매우 폭력적인 ‘hoodlum gangster'이었고 이들은 대부분 소수인종이었다. 게이츠 국장은 전부터 도입을 검토해 왔던 특별기동대(SWAT)를 설치하고 CRASH라고 부르는 취약지역 집중순찰 제도를 도입해서 이 같은 범죄에 강력하게 대처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범지대인 흑인 지역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이 문제로 대두했다.
대릴 게이츠의 라이벌은 LA 시장 톰 브래들리(Tom Bradley 1917~1998)였다. 브래들리는 1940년에 LAPD에 발을 들여 놓은 경찰 출신이었다. 훅인 경찰관이 많지 않던 시절에 야간 로스쿨을 다니면서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브래들리를 좋게 생각한 윌리엄 파커는 그를 경위로 진급시켰다. 하지만 그 후 브래들리는 LAPD를 위해서 일하기보다는 흑인지역과의 교류에 보다 열심이었다. 파커 국장은 그를 진급시킨 것을 후회했으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브래들리는 1963년에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LA 시의원이 됐고, 1973년에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LA 시장이 돼서 연이어 5선을 했다.
대릴 게이츠는 물론이고 LAPD를 지켜온 백인 경찰관들은 LAPD 경력을 정치적 기반으로 써버린 브래들리를 좋아할 수 없었다. 뉴욕, 시카고 등 다른 대도시와 달리 LAPD 국장은 정치적 임명직이 아니기 때문에 LA 시장은 경찰국장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장과 경찰국장 사이의 불화(不和)는 1992년 4월 LA 폭동 때 피해가 커지는 하나의 원인을 제공해서 흑인 거주 지역과 백인 거주 지역 사이에 있는 코리아타운이 큰 피해를 입었다. LA 폭동 후 브래들리 시장은 재선을 포기했고 게이츠 국장은 사퇴했다. 이렇게 해서 윌리엄 파커가 만들어 놓은 ‘LAPD 시대’가 막(幕)을 내렸다.
대릴 게이츠는 재직 중이던 1992년 초에 전문작가의 도움을 받아서 회고록 <Chief: My Life in the LAPD>을 펴냈다. 이 책에서 게이츠는 “마릴린 먼로가 죽던 날 로버트 케네디가 LA에 다녀갔다”고 썼다. LAPD 국장이 재직 중에 펴낸 회고록에서 로버트 케네디가 먼로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고백한 것이다.
윌리엄 파커가 사망한 후 잠시 국장직을 맡았던 태드 브라운은 LAPD 내에서 파커 국장의 라이벌이었다. 태드 브라운은 형사국(Detective Division) 국장을 오래 지냈고 먼로가 죽었을 때도 그러했다. 먼로의 사망에 살인 의심이 있었더라면 태드 브라운이 먼로의 죽음을 규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먼로의 죽음은 정보국장이던 제임스 해밀튼 경감이 다루었다. 태드 브라운은 1970년에 사망했고 그가 남긴 유품과 서류는 그의 딸 집의 창고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1982년, LA 검찰청은 먼로의 죽음을 다시 조사하고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때부터 영국 언론인 앤서니 서머스가 먼로의 죽음을 원점부터 재조사하기 시작했다. 앤서니 서머스는 태드 브라운의 딸이 갖고 있던 부친의 서류 무더기에서 만로에 관한 문서를 찾아 볼 수 있었다.
결국, 먼로의 죽음에 로버트 케네디가 간여돼 있음은 당시 LAPD 간부들은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윌리엄 파커의 라이벌인 태드 브라운은 파커 국장에 대한 카드로 먼로 파일을 몰래 챙겨서 갖고 있었던 것이다. 잘나가던 제임스 해밀튼 경감이 LAPD를 사임하고 나간 것도 먼로의 죽음과 관련해서 파커 국장의 부담을 덜기 위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대릴 게이츠는 은퇴 후 18년이 지난 2010년 4월 83세로 사망했다. 대릴의 장엄한 장례식은 이제는 전설이 돼버린 LAPD의 영광을 상징했다.
- 사진 (1) : 신참 경관들을 위해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하고 있는 대릴 게이츠. 1992년 5월.
- 사진 (2) (3) (4) : 대릴 게이츠 장례식.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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