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칼럼
프레드 가일스, 노만 메일러, 로버트 슬레처
작성일 : 2024-02-29 22:40조회 : 239
프레드 가일스, 노만 메일러, 로버트 슬레처
마릴린 먼로가 사망하고 나서 쿠바 미사일 사태가 발생해서 그 해 10월 미소 양국은 핵 전쟁 위기를 겪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먼로의 죽음은 그대로 묻히는 듯했다. 먼로가 살해됐다고 인쇄 매체를 통해 처음 주장한 사람은 프랑크 캐펠(Frank Capell 1907~1980)이다. 극우 성향의 뉴스레터를 발간하면서 근거가 박약한 선동적 주장을 펴는 캐펠은 1964년 봄에 <The Strange Death of Marilyn Monroe>라는 팜플렛을 펴냈다. 그는 먼로의 주변에는 공산주의자가 많았고, 로버트 케네디와 깊은 관계를 맺은 먼로는 공산주의자들의 음모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캐펠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당시 법무장관이던 로버트 케네디는 캐펠을 도청해서 감시하라고 지시했음이 나중에 확인됐다.
1969년에는 프레드 가일스(Fred Guiles 1920~2000)가 <Norma Jeane : The Life of Marilyn Monroe>라는 500쪽이 넘는 전기를 펴냈다. 맥그로 힐 출판사가 펴낸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유명해진 가일스는 제인 폰다 등 유명한 배우들의 전기를 계속해서 출간했다. 먼로의 출생부터 사망할 때까지 생애를 다루었으나 먼로의 죽음에 대해선 공식적인 부검 결과를 따랐다. 그럼에도 가일스는 책의 끝 부분에 먼로가 정부의 중요한 사람과 깊은 관계를 가졌다고 써서 케네디와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암시했고, 많은 사람들은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1973년에는 <The Naked and the Dead>(1948)로 유명한 소설가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 1923~2007)가 <Marilyn: A Biography>를 펴냈다. 사진작가들이 찍은 먼로의 사진을 함께 실은 이 책은 프레드 가일스의 책에 근거해서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지만 베스트셀러가 됐다. 메일러는 여러 정황으로 보건대 먼로는 케네디 형제와 깊은 관계를 가졌으며 먼로의 죽음은 살인이라면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일러는 먼로의 죽음에 대해서 스스로 조사를 한 바는 없으며 자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명한 소설가가 먼로의 죽음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1974년에는 로버트 슬레처(Robert Slatzer 1927~2005)가 <The Life and Curious Death of Marilyn Monroe>를 퍼트남 출판사에서 펴냈다. 한때 먼로의 애인이었고 그 후론 친구로 지낸 슬레처는 기자이자 작가였다. 슬레처는 먼로의 집을 다녀가고 관계 되는 사람을 만나서 진술을 채취했다. 먼로의 집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경찰관인 잭 클레몬스는 LAPD에서 은퇴한 후라서 그가 갖고 있는 의문을 슬레처에게 이야기해서 슬레처의 책에 반영됐다. 슬레처는 이 책을 준비하는 도중에 협박 전화에 시달리고 괴한한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슬레처는 먼로의 죽음은 살인이라면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슬레처의 책에는 잭 퀸이라는 사람이 슬레처를 만나서 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마릴린 먼로의 손톱이 진한 푸른색으로 변했고 이는 클로랄 하이드레이트와 넴뷰탈 영향인데도 부검 보고서에는 삭제되는 등 편집이 많았으며 먼로가 죽던 날 로버트 케네디는 피터 로포드와 함께 먼로의 집에 갔었다는 진술이 LAPD에 남아 있는 마릴린 먼로 비밀파일에 있으며, 먼로는 죽기 전 며칠 동안 백악관과 법무장관실에 여러 차례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날 먼로는 로버트를 만난 자리에서 케네디 형제가 자기를 마구 대했다고 언성을 높이는 등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생겨서 로버트는 먼로를 바닥에 밀어버렸으며 옆에 있던 의사가 먼로의 겨드랑이에 주사를 놓아서 먼로는 의식을 잃었다고 잭 퀸이라는 사람은 슬레처에게 진술했으며 슬레처는 그의 진술을 녹음했다.
하지만 잭 퀸이라는 사람은 그 후 연락을 끊어 버려서 슬레처는 그의 신분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이런 사실이 공개된 적이 없었고 슬레처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추정을 하는데 그쳤다. 또한 슬레처는 자기가 먼로와 멕시코에 가서 결혼 신고를 했으나 사흘 만에 없었던 일로 했다고 썼지만 역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슬레처의 책은 근거가 박약하다는 등 혹평을 들었으나 10여 년이 지나서 그가 제기한 의문점은 모두 사실로 밝혀진다. 슬레처를 만난 잭 퀸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유명한 소설가 노먼 메일러, 그리고 먼로와 가까웠다고 주장하는 로버트 슬레처가 먼로의 죽음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히자 드디어 LA 카운티 위원회에서 그런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LAPD는 먼로의 죽음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이 작업을 맡은 사람은 나중에 경찰국장이 되는 대릴 게이츠 경감이었다. (미국에서 경감 ‘Captain’은 우리로 치면 실질적으론 총경에 해당한다.) 게이츠 경감은 먼로가 죽었을 당시에 형사국장이었던 태드 브라운의 유품 서류 더미 속에서 먼로의 죽음이 알려진 8월 5일 저녁에 전화회사 GTE에서 압수한 먼로의 통화기록 사본을 발견했다. 그러나 게이츠는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고 이 사실은 1980년대에 비로소 알려지게 된다.
1975년 들어서 게이츠 경감은 피터 로포드를 만나서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들었다. 로포드는 먼로가 죽었을 당시에 했던 주장을 되풀이 했다. 게이츠는 당시는 아직 살아있던 랠프 그린슨과는 인터뷰를 하지는 않았다. 게이츠는 관련 자료를 모아서 보고서로 만들었으나 몇 년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먼로의 죽음에 대한 관심은 사라져버렸고 LAPD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먼로가 죽은 지 20년이 되는 1982년이 됐다.
- 사진 (1) : <Norma Jeane : The Life of Marilyn Monroe> 1969년. 프레드 가일스.
- 사진 (2) : <Marilyn: A Biography> 1973년. 노먼 메일러.
- 사진 (3) : <The Life and Curious Death of Marilyn Monroe>1974년. 로버트 슬레처
다음글대릴 게이츠
COPYRIGHT ⓒ 이상돈닷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