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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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앰뷸런스의 진실
작성일 : 2024-03-03 22:45조회 : 227


앰뷸런스의 진실


타블로이드는 주로 슈퍼마켓 계산대 앞에 놓고 파는 주간지를 의미하는데, 자극적인 표지와 제목으로 판매를 늘리려고 한다. 이들은 주류(主流) 신문이 다루지 않는 흥미거리 기사와 과장된 기사로 매출을 올린다. 타블로이드는 대중이 관심을 갖고 있는 유명인사의 신변 문제를 많이 다룬다. 타블로이드도 허위 기사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팩트 체크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마릴린 먼로가 죽던 날 밤 먼로의 집에 가서 랠프 그린슨의 주사로 먼로가 죽는 모습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제임스 홀(James Hall)의 이야기를 다룬 ‘글로브’(Globe)는 플로리다에 본사가 있고 전국에 배포되는 주간지로, 내셔널 인콰이어 다음으로 많은 부수를 자랑하는 타블로이드이다. 제임스 홀은 20년 전에 자신이 겪었던 바를 기억해 내서 인터뷰를 했으며 하등의 다른 증거물 갖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아무리 타블로이드라고 하더라도 글로브는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기사를 올린 것이다. 글로브는 기사화에 앞서 제임스 홀을 플로리다 본사로 오라고 해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도록 했다. 몇 차례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했으나 결과는 일관성 있게 제임스 홀이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어서 글로브지는 기사화했다.

제임스 홀이 20년 만에 이런 이야기를 하자 먼로의 옆집에 계속 살아온 에이브 랜도우(Abe Landau) 부부는 8월 4일 토요일 밤 늦게 먼로의 집 앞에 앰뷸런스와 경찰차가 와 있는 것을 보았다고 공개적으로 증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먼로의 죽음에 대해 수사를 할 것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조사를 마무리하려던 LA 검찰청은 이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만 했다. 쉐퍼 앰뷸런스 서비스  창업자이며 대표인 월터 쉐퍼(J. Walter Schaefer 1905~1986)는 제임스 홀이 자기 회사에서 일한 적이 없다고 글로브 기사를 반박했다.

LA 검찰청은 제임스 홀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면서 8월 5일 이른 아침에 먼로의 집으로 출동한 앰뷸런스를 운전한 구급요원은 켄 헌터(Ken Hunter)이며, 켄 헌터는 그 때 같이 간 구급요원이 머레이 리보위츠로 기억하고 있으며, 두 사람은 먼로의 집에 도착했을 때 먼로는 베드룸에 엎드려서 죽어 있었으며, 그 때 이미 경찰관 몇 명이 와 있어서 두 사람은 그대로 철수했다고 판단하고 먼로의 죽음을 새로이 수사할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면서도 LA 검찰청은 제임스 홀을 소환해서 조사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해서 과연 누가 앰뷸런스를 타고 먼로의 집에 갔는지, 그리고 그랬다면 언제 갔는지는 미궁에 빠져 버렸다. 1962년 8월 5일 새벽 신고를 받고 처음 먼로의 집에 도착한 잭 클레먼스 경사는 LAPD에서 은퇴한 후 로버트 슬레처와 함께 먼로 죽음의 의혹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그는 LA  검찰청과 월터 쉐퍼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잭 클레몬스는 물론이고 이어서 먼로의 집에 도착한 로버트 바이런 경사와 조 히암스 기자도 5일 아침에 앰뷸런스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쉐퍼 앰뷸러스 회사는 이들의 질문과 인터뷰 요구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

로버트 슬레처는 1985년에야 인생의 말년에 이른 월터 쉐퍼를 만날 수 있었다. 월터 쉐퍼는 3년 전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월터 쉐퍼는 1932년에 27살 나이로 중고 앰뷸런스 한 대를 구입해서 민간 앰뷸런스 서비스 사업을 시작해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앰뷸런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용 비행기로 에어 앰뷸런스라는 새로운 사업을 일으킨 민간 앰뷸런스 업계의 선두주자였다. 쉐퍼는 1962년 8월 5일 오전 회사에 출근해서 지난 밤의 운행일지를 보았더니, 앰뷸런스 한 대가 약물 과용으로 의식을 잃은 마릴린 먼로를 태우고 샌타모니카 병원으로 갔으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죽어서 도로 먼로의 집으로 돌아 온 것으로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날 먼로를 이송한 구급요원은 켄 헌터와 머레이 리보위츠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슬레처가 왜 시신을 도로 먼로의 집으로 데려와서 베드룸에 올려놓았냐고 묻자 쉐퍼는 할리우드에선 온갖 일이 발생한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월터 쉐퍼의 이 이야기는 나중에 허위로 밝혀진다.

LA 검찰청에 나가서 자기가 앰뷸런스를 운전해서 먼로의 집으로 갔다고 진술한 켄 헌터는 그런 후에 행방을 감추었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BBC 기자를 지내고 먼로의 죽음을 추적하던 앤서니 서머스는 1984년에야 켄 헌터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헌터는 답변을 피하고 그 후에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앤서니 서머스는 1985년에 비로서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서 성과 이름을 바꾸고 살고 있는 머레이 리보위츠를 찾아냈으나 그는 더 이상 그 문제에  엮이기 싫다고 면담을 거절했다.

제임스 홀의 소득세 공제기록과 그의 아버지, 전 부인, 여동생, 그리고 친한 친구의 증언은 홀이 먼로가 죽었을 시기에 쉐퍼 앰뷸런스 회사에 다녔음을 확인해 주었다. 그 시기에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제임스 홀의 사진이 신문에 난 적도 있었다. 1992년에 제임스 홀은 캘리포니아의 공인된 거짓말 탐지 전문가로부터 또 다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홀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1993년에 들어서 중요한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쉐퍼 앰뷸러스 회사에서 40년 동안 일하고 부사장까지 지낸 칼 벨로즈(Carl Belloz)는 켄 헌터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쉐퍼 회사의 오렌지 카운티 사업장에서 일했다고 고백했다. 따라서 1982년 12월에 쉐퍼 회사는 거짓말을 했고 LA 검찰청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 드렸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머레이 리브(Murray Leib)로 개명하고 LA 외곽에 살던 머레이 리보위츠는 먼로가 죽던 날 자기와 제임스 홀이 먼로의 집에 갔었다면서 홀의 증언이 진실임을 확인해 주었다.

그 후에 밝혀진 일은 더욱 놀라웠다. 1995년 들어서 잭 클레몬스는 쉐퍼 앰뷸러스의 비행기 조종사로 일했던 밥 노이먼(Bob Neuman)을 만났다. 월터 쉐퍼는 1947년에 항공 앰뷸런스 사업을 시작했고 자기는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조종사로 일했다면서, 쉐퍼 에어 서비스의 비밀을 털어 놓았다. 쉐퍼의 에어 앰뷸런스 비행기는 샌페르난도 공항에 계류장을 두고 운영했는데, 환자 이송만이 아니라 미국 정부를 위한 비밀 운행도 했다는 것이다. 케네디 정부 시절인 1961~62년 동안 케네디 대통령과 여자들을 태우고 여러 곳을 운행했으며, 케네디와 마릴린 먼로를 태우고 아이다호로 간 적도 있었고, 레이크  타호 근처의 칼 네바 카지노와 팜 스프링스에도 간 적이 있었으며, 마릴린 먼로와 로버트 케네디를 태우고 멕시코 바하 깔리포니아 남단에 있는 휴양지 카보 산 루카스(Cabo San Lucas)에도 간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쯤 되면 무엇이 진실인지는 명확해 진다. 제임스 홀은 진실을 말했으며, 쉐퍼 앰뷸런스 서비스 회사는 치명적 약점 때문에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남는다. 먼로가 죽던 8월 4일 자정 가까운 시간에 먼로의 집에 있었던 사람들은 왜 앰뷸런스를 불렀을까 ? 아마도 먼로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앰뷸런스를 불러야 의심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제임스 홀이 먼로에게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자 먼로의 호흡이 돌아왔고 이에 당황한 랠프 그린슨은 먼로의 심장에 주사를 꽂았던 것이다. 

제임스 홀은 인공호흡기를 떼지 않은 상태에서 먼로를 병원으로 이송했으면 먼로는 살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 대통령과 그의 동생인 법무장관이 먼로를 죽이려 했음이 드러나는 것이니 그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제임스 홀은 랠프 그린슨의 주사 솜씨가 서툴렀으며 그가 먼로에게 놓은 주사액은 아드레날린 색깔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랠프 그린슨은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에 주사를 놓을 일이 없었고 특히 심장에 아드레날린 주사를 놓을 일은 더욱 없었다.

그러나 그린슨은 주사기와 정체불명의 액체를 담은 주사액을 넣은 가방을 갖고 있었다. 이는 만일의 경우에 먼로의 목숨을 확실하게 끊기 위해 준비를 했다는 의미가 된다. 먼로의 시신 부검에선 넴뷰탈과 클로랄 하이드레이트만 나왔기 때문에 그린슨이 먼로의 심장에 꽂은 주사기에는 이 두 가지 성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면 먼로를 잘 알아왔던 그린슨은 왜 이런 음모에 가담해야 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린슨에게 치명적 약점이 있지 않은 한 이런 일은 생기지 않기 때문에 많은 억측이 나왔다.

제임스 홀은 먼로가 죽자 한 경찰관이 본채 건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자기가 준비한 서식에 사인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 경찰관은 마빈 이아논 경사였고 그는 본채 건물에 들어가서 로버트 케네디를 만나 이야기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제롬 홀과 머레이 르보위츠는 앰뷸런스를 몰고 쉐퍼 앰뷸러스 차고지로 복귀했다. 앰뷸런스가 떠난 후 피터 로포드는 로버트 케네디와 랠프 그린슨을 자기 링컨 콘티넨탈에 태우고 헬기가 기다리고 있는 자기 집으로 가던 중 정신이 없어서인지 정반대 방향으로 과속운전을 하다가 순찰 중이던 교통경찰 린 프랭클린에게 적발됐다. 프랭클린 경관은 피터 로포드와 로버트 케네디를 알아보고 친절하게 올바른 방향을 가르쳐주고 과속 티켓을 발부하지 않았다. 자정 넘어 피터 로포드의 집에 도착한 로버트 케네디는 대기 중이던 헬기로 LA 국제공항으로 향했고 역시 대기 중이던 작은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로 향해서 가족과 합류했으며, 아침에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았다. 로버트 케네디가 미사를 보면서 누군가의 영혼을 위해 기도할 때 피터  로포드 이웃집 주민들은 지난밤의 헬기 소음에 대해 경찰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린슨은 피터 로포드와 함께 시나리오를 만들었을 것이고 다시 먼로의 집으로 돌아와서 유니스 머레이와 패트 뉴컴 등에게 입을 맞추도록 했을 것이다. 이들은 먼로를 게스트 룸에서 본채 베드룸으로 옮기고 엎어진 상태로 놓았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먼로의 가슴과 얼굴에는 시반(屍班)이 생기고 시신 경직 상태가 진행됐다. 시반(屍班)은 사람이 죽은 후에 혈액 순환이 멈추면 피가 중력 법칙에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현상을 말하는데, 시반이 생기면 주사 자국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제임스 홀이 도착해서 벗은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먼로를 보았다는 대목도 중요하다. 만일에 수면제를 많이 먹었다면 그렇게 침대에 똑 바로 누워 있을 수가 없다. 수면제를 과다하게 삼키면 복통과 구토, 그리고 경련이 일어나서 괴로워하는 상태로 숨을 거두게 되는데, 먼로의 모습은 그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먼로는 수면제를 복용한 것이 아니고 다른 방법으로 수면제 성분이 먼로의 체내로 들어와서 정신을 잃어버렸다고 추정할 수 있다. 토머스 노구치의 부검 결과에 의하면 먼로의 위(胃)와 소장(小腸)에선 수면제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고 혈액 검사와 간 검사에서 수면제 성분이 치명적 수준의 몇 배가 되는 농도가 나왔다. 문제는 그린슨 등이 먼로가 이미 죽은 줄 알고 앰뷸런스를 너무 빨리 불렀거나 근처에 있던 제임스 홀이 너무 빨리 도착했던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먼로가 그런 지경에 이르렀나는 오직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나,  여하튼 간에 그 자리에 있었던 미국 법무장관이 먼로의 살인과 그 은폐에 책임이 있음은 분명하다

쉐퍼 앰뷸런스 회사를 세운 월터 쉐퍼는 1986년에 사망했고 회사는 그의 딸과 외손녀가 운영했다. 전성기에 쉐퍼 앰뷸런스는 구급차 100대와 항공기 한 대를 운영하는 매우 성공적인 민간 앰뷸런스 사업체였다. 하지만 오바마 케어가 실행됨에 따라 수익성이 급속히 저하돼서 2019년에 폐업을 했다. 폐업 당시 쉐퍼는 앰뷸런스 75대를 운영하고 직원 375명이 일하고 있었다. 이제 앰뷸런스 서비스는 전적으로 주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 병원에 의존해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 사진 (1) (2) : 1960년대 초 쉐퍼 앰뷸런스.
- 사진 (3) : 베벌리 힐스 쉐퍼 앰뷸런스 차고지.
- 사진 (4) : 전성기의 쉐퍼 앰뷸런스 에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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