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62년 8월 4일

작성일 : 2024-03-09 12:01조회 : 187

1962년 8월 4일

8월 3일 금요일, 마릴린 먼로는 유니스 머레이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산타모니카에 있는 프랑크 수목원(Frank's Nursury)에 가서 정원에 심을 오렌지 나무 등을 구입했다. 그리고 먼로는 랠프 그린슨과 하이먼 엔젤버그를 그들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엔젤버그는 처방을 내려주고 먼로에게 영양제 주사를 한 대 놓았다. 집으로 돌아온 먼로는 로버트 케네디와 통화를 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있는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로 몇 차례 전화를 했을 것이다. 먼로는 그 날 저녁을 패트 뉴컴과 함께 산타모니카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먼로는 패트 뉴컴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고, 뉴컴은 그날 밤 먼로의 집에서 자기로 하고 별채의 게스트 룸으로 갔다. 먼로는 다음 날 점심으로 먹을 미트 볼, 버섯 등 야채와 샴페인을 브릭스 델리카트센(Briggs Delicatessen)에 주문했다. 음식 가격은 49달러로, 당시 기준으로 볼 때 큰 액수였다.

8월 4일 토요일 아침, 베벌리 힐스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먼로의 친구 지니 칼멘(Jeanne Carmen 1930~2007)은 이른 아침에 걸려온 전화로 잠을 깼다. 먼로의 전화였다. 먼로는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칼멘에게 장황하게 이야기했다. 먼로는 밤새 이상한 전화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몇몇 여인이 먼로에게 전화를 걸고 “보비(Bobby :로버트 케네디)를 건드리지 말아”라고 하면서 욕지거리를 하는 전화가 끊임없이 오더니 새벽 5시 30분에야 그쳤다는 것이다. 먼로는 칼멘에게 수면제를 갖고 자기 집으로 와 달라고 부탁했으나 칼멘은 그 날 하루 종일 약속이 많아서 나중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하면서 끊었다. 8월 4일은 칼멘의 생일이었고, 아파트를 나오면서 칼멘은 먼로가 보낸 생일 축하 카드가 자기 우편함에 있는 것을 보았다. (먼로가 죽은 후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애리조나로 급히 도망가서 20년 동안 다른 이름으로 살아 온 지니 칼멘은 20년이 지난 1980년대에 커밍아웃해서 먼로의 죽음을 파헤치던 앤서니 서머스 등을 만났다. 칼멘은 그 때 자기가 먼로의 집에 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평생토록 생각했다고 한다.)

8월 4일 아침부터 하루 동안 먼로와 먼로의 집에서 일어난 일은 아래와 같다.
- 오전 8시, 유니스 머레이가 먼로의 집에 도착했다.
- 오전 9시, 아서 밀러의 아버지인 이시도어 밀러가 전화를 했으나 먼로는 이를 받지 못했고 응답 콜도 하지 않았다.
- 오전 9시, 먼로에게 마사지를 하는 랠프 로버츠(Ralph Roberts)가 도착해서 먼로의 등을 한 시간 동안 마사지했다. 먼로는 메이크업을 하는 화이티 스나이더, 헤어를 하는 시드니 길라로프, 그리고 마사지를 하는 랠프 로버츠를 친구이자 동료로 대했다. (이들은 먼로의 장례식에서 운구(運柩)를 했다.)
- 오전 10시~11시, 랠프 로버츠는 먼로의 집을 나왔고, 먼로는 키친으로 나와서 머레이에게 굿모닝 인사를 하고 자몽 주스를 한잔 마셨다. 전날 구매한 오렌지 나무 등이 도착했고 그 전날에 구매한 베드사이드 테이블도 도착했다.
- 오전 11시~12시, 로버트 케네디가 LA에 도착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소형 민간 비행기를 임대해서 LA 국제공항에 혼자 도착했다. 피터 로포드가 LA 공항에서 로버트 케네디를 만나서 자동차로 피터 로포드의 집으로 왔거나 할리우드의 20세기 폭스사 헬기장까지 공항에서 헬기로 도착해서 로포드를 만나 로포드의 집으로 왔다고 본다.
- 12시 정오, 게스트 베드룸에서 자던 패트 뉴컴이 드디어 일어났다. 잠을 자지 못한 먼로는 늦게 일어난 뉴컴을 보고 화를 냈다.
- 오후 2시, 조 디마이조의 아들 디마지오 2세가 먼로의 집에 전화를 걸었고 유니스 머레이가 받았으나 머레이는 먼로에게 전화를 전하지 않았다. 해병대 복무 중이던 디마지오 2세는 당시 캠프 펜들턴 기지에 있었다.

- 오후 2시, 피터 로포드와 로버트 케네디가 먼로의 집에 도착했다. 피터 로포드는 유니스 머레이와 집안 수리를 하던 노먼 제프리스에게 코카콜라를 사먹으라고 돈을 주면서 한 시간 후에 돌아오라고 했다. 두 사람은 제프리스의 픽업 트럭을 타고 먼로의 집을 나갔다. 먼로는 로버트 케네디에게 어제 주문한 델리카트센 음식을 권했으나 로버트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로버트는 먼로에게 자기가 여기에 온 이유는 “다시는 자기나 형(케네디 대통령)에게 연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로버트와 몇 분 동안 다툰 후에 먼로는 “당신 형제와 나와의 관계를 기자회견을 해서 폭로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먼로는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칼을 집어 들고 로버트에게 다가갔다. 피터 로포드가 먼로를 말렸고 로버트 케네디는 칼을 잡아채고 먼로를 밀쳐서 먼로는 바닥에 쓰러져서 잠시 의식을 잃었다.

먼로의 길 건너 집 2층에선 주인인 매리 반스와 그녀의 친구 엘리자베스 폴라드 등 3명이 모여서 카드 게임을 하면서 먼로의 집 앞 골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들은 로버트 케네디가 먼로의 집에서 나와서 골목에 세워 놓은 링컨 컨버티블(천장이 없는 오픈 카)로 가서 신사복 차림의 두 명 중 한 사람을 데리고 다시 먼로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 신사복 입은 사람은 작은 검은색 가방을 들고 먼로의 집으로 들어갔다. (이 여인들은 20년 동안 침묵하고 있다가 1980년대 들어서 앤서니 서머스가 취재를 시작하자 비로소 입을 열었다. 신사복을 입은 두 사람은 LAPD 정보국에 근무하던 아치 케이스(Archie Case)와 제임스 에헌(James Ahern) 형사로 나중에 밝혀졌다. 이들은 로버트 케네디가 LA에 올 때마다 경호를 했던 로버트의 LA 심복(心腹)으로 LAPD 정보국장 제임스 해밀튼 경감의 측근이었다. 로버트 케네디가 타고 온 링컨 컨버티블은 당시 FBI의 LA 주재관이던 윌리엄 사이먼의 자동차였다. 로버트는 LA에 오면 이 차를 빌려서 타고 다녔음은 윌리엄 사이먼의 아들의 증언으로 확인됐다.)

[먼로, 로버트 케네디, 그리고 로포드 세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나는 세 사람만 알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먼로의 집 곳곳에는 도청장치가 돼 있어서 녹음이 되고 있었다. LA에서 도청을 전문으로 하던 사립탐정 프레드 오타시(Fred Otash 1922~1992)는 마피아의 의뢰로 먼로와 로포드의 집을 도청하고 있었다. FBI와 LAPD도 도청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으나 입증된 바는 없다. 먼로의 죽음을 파헤치던 탐사 작가와 기자들은 프레드 오타시와 오타시의 녹음 테이프를 해독한 청음(聽音) 전문가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서 노력했고 상당한 부분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먼로가 잠시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로버트 케네디와 피터 로포드가 먼로를 붙잡고 로버트를 따라 먼로의 집으로 들어온 사복형사(케이스 또는 에헌)가 먼로의 겨드랑이에 주사를 놓았다. 주사는 펜토바비틀 근육주사일 것으로 추측됐다. 먼로가 정신을 잃어버린 사이에 로버트 케네디와 로포드 그리고 사복형사는 먼로의 일기장(Red Diary)을 찾으려고 집안을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 그러자 먼로가 정신을 차렸다. 먼로는 화가 나서 이들에게 자기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일기장을 찾지 못하고 먼로의 집을 나왔다. 로버트 케네디는 랠프 그린슨이 먼로의 집으로 오도록 하자고 했고, 로포드는 도중에 공중전화 앞에 차를 잠시 세운 후 그린슨에 전화를 걸어서 먼로의 집으로 가라고 했다.

이들이 떠난 후 먼로는 자신의 헤어디자이너인 시드니 킬라로프(Sydney Guillaroff 1907~1997)에 전화를 걸었다. 할리우드 최고의 헤어디자이너인 길라로프에게 먼로는 방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먼로와 케네디 형제와의 관계를 알고 있는 길라로프는 먼로에게 흥분을 갈아 앉히라고 이야기 했다. 길라로프는 그 통화에서 먼로가 “로버트가 ‘네가 우리를 협박하면 우리는 너를 침묵케 할 여러 방법이 있다’고 자기를 위협했다”고 말했다고 20년이 지난 1980년대에 밝혔다.

- 사진 : 자기 집 정문 앞에서 말티즈 반려견 마프(Maf)와 포즈를 취한 먼로. 1962년 여름. 먼로가 죽기 한 달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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