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62년 8월 4일 오후

작성일 : 2024-03-10 07:30조회 : 185

1962년 8월 4일 오후

1962년 8월 4일 오후 마릴린 먼로의 집에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나 ? 우선, 먼로의 건너편 이웃집 2층에서 카드 게임을 하던 여자들은 로버트 케네디와 피터 로포드 그리고 형사 두 명이 먼로의 집을 드나든 것을 목격했다. 이들은 오후 2시 30분~45분에 먼로의 집을 떠났다. (먼로의 이웃집에 살던 매리 반스(Mary Barnes)는 이 사실은 20년이 지난 1980년대 들어서 증언했다. 같이 카드 게임을 했던 그녀의 친구 중 생존한 사람도 역시 같은 증언을 했다.)

먼로의 집을 나온 로버트 케네디가 그 후 어디에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피터 로포드의 집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피터 로포드는 저녁 늦게 자기 집에 식사 모임을 위해 도착한 조 나르(Joe Naar) 부부 등과 함께 자기 집에 머물렀다. 9시 30분에 패트 뉴컴이 자기 자동차로 피터 로포드의 집에 도착했다.
로버트 케네디와 피터 로포드가 먼로의 집을 떠난 후 먼로와 먼로의 집에서 일어난 일은 다음과 같다.
- 오후 3시, 랠프 그린슨이 먼로의 집에 도착했다. 그린슨은 피터 로포드의 전화를 받고 먼로를 돌보러 온 것이다. 로포드는 먼로가 로버트 케네디와 다투었기 때문에 먼로를 걱정해서 그린슨을 보냈거나 먼로를 감시할 필요가 있어서 그린슨을 먼로의 집으로 보냈을 것이다. 그린슨은 패트 뉴컴에게 귀가하라고 했고, 뉴컴은 먼로의 집을 떠났다.
- 오후 3시~7시, 먼로의 집에는 먼로와 그린슨, 그리고 가정부 유니스 머레이와 머레이의 사위이면서 먼로의 집을 수리하던 노먼 제프리스가 있었다. 이 시간 동안 먼로가 무엇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이 시간 중 몇 사람이 먼로와 통화를 했다.
- 오후 4시 30분, 디마지오 2세가 다시 먼로에 전화를 했으나 유니스 머레이는 먼로가 집에 없다고 장거리 전화 교환원에게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당시는 장거리 전화를 건 사람이 교환원과 받는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 오후 5시, 로포드에 의하면, 로포드는 먼로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날 저녁 자기 집 저녁 식사 모임에 오라고 초대했고, 먼로는 잠정적으로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함. (하지만 로포드의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
- 오후 6시, 랠프 로버츠가 전화를 해서 그 날 저녁 먼로의 집에서 저녁 약속에 대해 묻고자 했으나 전화를 받은 그린슨은 먼로가 집에 없다고 퉁명스럽게 답하고 끊었다.
- 오후 7시, 로포드에 의하면, 로포드는 먼로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기 집 저녁 식사 모임에 오라고 했으나 먼로는 피곤하다면서 못가겠다고 답했다고 함.
- 오후 7시~7시 15분, 디마지오 2세가 다시 전화를 했고, 머레이는 먼로에게 전화기를 전해 주어서 두 사람은 통화를 했다. 디마지오 2세는 먼로에게 자기가 사귀어 온 파멜라 리스라는 여자와 약혼을 파기하기로 했다고 하자 먼로는 좋아했다. 먼로는 디마지오 2세가 사귀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디마지오 2세는 그 때 먼로는 정상적이었다고 나중에 전했다.
- 오후 7시 15분, 랠프 그린슨은 자기 집에서 저녁 식사 약속이 있어서 먼로의 집을 나왔다. 이 후 먼로의 집에는 먼로, 머레이, 그리고 제프리스만 있었다.

- 오후 7시 30분, 로포드에 의하면, 로포드는 다시 먼로에게 전화를 해서 자기 집 저녁 모임에 올 수 있냐고 물었다. 먼로는 갈 수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로포드는 먼로가 죽은 후에 언론에 말했다.
“'Say goodbye to Pat, say goodbye to Jack and say goodbye to yourself, because you're a nice guy.” (“패트(피터 로포드의 부인)에게 안녕을 전해 주어요, 잭(케네디 대통령)에게 안녕을 전해 주어요, 당신 자신에게도 안녕을 전해 주어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이 대목은 먼로가 자살을 암시했다는 근거로 오랫동안 인용됐다. 하지만 먼로의 집을 도청한 프레드 오타시에 의하면 이런 로포드의 말은 꾸민 것이고, 먼로는 다음과 같이 로포드에게 말했다고 한다.
“No, I am tired. There is nothing more for me to respond to. Just do me a favor. Tell the President I tried to get him. Tell him goodbye for me. I think my purpose has been served."("아니야, 나는 지쳤어. 내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줘요. 대통령한테 나는 그를 갖고자 했다고. 내 대신 그에게 끝이라고 알려주어요. 내가 의도한 바는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 오후 7시 30분, 로포드는 그날 저녁 자기 집으로 오게 돼있는 영화 제작자 조 나르(Joe Naar)에게 전화를 걸어서 먼로는 오지 못하니까 먼로를 픽업 할 필요가 없다고 전화를 했다.
- 오후 7시 30~40분, 먼로는 그린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로는 디마지오 2세가 약혼을 파기해서 기분이 좋다고 그린슨에게 전화로 이야기했고, 먼로가 통화할 때 머레이가 옆에 있었다.
- 오후 8시~9시, 먼로는 시드니 길라로프에 전화를 걸어서 통화를 했다. 먼로는 방금 그린슨을 만났다면서 자기는 워싱턴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으며 했고 일기장(Red Diary)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길라로프는 먼로가 정상적이라고 느꼈다.
- 오후 8시~9시, 뉴욕에 사는 의류사업가로 먼로와 친한 헨리 로젠펠드(Henry Rosenfeld) 가 전화를 해서 먼로와 제법 긴 통화를 했다. 로젠펠드는 먼로가 정상이었다고 느꼈다.
- 오후 9시, 밀튼 루딘 변호사가 먼로의 집에 있는 머레이에게 전화해서 먼로가 잘 있냐고 물었고, 머레이는 먼로에게 별 일이 없다고 알려주었다.
- 9시 30분, 패트 뉴컴은 저녁 식사 모임을 위해 피터 로포드 집에 도착했다.

- 9시 30분~45분, 먼로는 친구 지니 칼멘에 전화해서 오늘밤 자기 집에 와서 같이 자지 않겠냐고 물었으나 칼멘은 밤에 다른 약속이 있어서 갈 수 없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먼로가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알게 된 호세 볼라노스(Jose Bolanos)가 바로 근처 레스토랑에서 먼로의 개인용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은 잠시 대화를 나누었고 잠시 후 먼로는 아무 말 없이 전화기를 그대로 두어서 통화는 끝나고 말았다. 먼로가 지니 칼멘과 호세 볼라노스 중 누구와 먼저 통화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지니 칼멘이 외출하려고 아파트를 나서는 순간에 전화가 왔다. 칼멘은 그것이 먼로의 전화라고 생각했으나 다음날 연락하기로 하고 받지 않고 아파트를 나왔다.
- 오후 10시, 먼로는 랠프 로버츠에 전화를 했으나 부재 중이라서 자동녹음기에 목소리가 남았다. 다음날 아침 로버츠는 그 전화가 먼로의 가정용 전화에서 온 것임을 알았으나 녹음된 먼로의 목소리는 얼버무리는 것 같았고 금방 조용해졌다.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오후 7시 15분에 그린슨이 먼로의 집을 나왔기 때문에 그 후 먼로의 집에는 먼로, 머레이, 제프리스 만 납아 있었다. 먼로는 기분이 좋지 않아서 피터 로포드가 자기 집에서 친구들과 저녁을 같이 하자는 권유를 거절했다. 그리고 먼로는 디마지오 2세, 시드니 길라로프, 헨리 로젠펠드, 호세 볼라노스, 그리고 지니 칼멘과 통화를 했다. 그 날 저녁 7시부터 10시 사이에 먼로와 통화를 한 이들은 먼로가 정상적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먼로가 별안간 심각한 깊은 우울증에 빠져서 수면제를 수십 알을 삼키고 밤 10시에 랠프 로버츠에 전화를 걸다가 인사불성이 됐다는 이야기는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먼로는 평소에 샴페인을 즐겼지만 그 날은 알콜 음료를 입에 대지 않았다. 그날 먼로가 저녁을 먹지 않은 것은 확실하지만 점심도 먹지 않았다고 보는가 하면 점심은 패트 뉴컴과 함께 햄버거를 먹었다고 보기도 한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건대 먼로는 로버트 케네디가 오후 3시에 자기 집을 떠난 후에 케네디 형제와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먼로는 로버트 케네디한테 자기는 고깃덩이(piece of meat)가 아니라면서 기자회견을 해버리겠다고 말했고, 저녁에 전화를 걸어 온 피터 로포드에게는 “Tell him goodbye for me”라고 말을 해서 케네디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처럼 들렸다. 만일에 먼로가 기자회견이라도 하면 케네디 정부는 하루 아침에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여하튼, 8월 4일 밤 9시 30~45분까지 먼로는 여러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정상이었다. 그러면 그날 밤 9시 30분부터 11시까지 먼로의 집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나 ?

- 사진 (1) : 1985년 BBC 방송의 마릴린 먼로 사망 특집 도큐먼트 제목 ‘Say Goodbye to the President'은 먼로가 피터 로포드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했다는 구절에서 따 온 것인데, 이 구절은 먼로가 자살을 결심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꾸며낸 것이었다. 이 도큐먼트에는 로버트 슬레처, 잭 클레몬스, 지니 칼멘, 앤소니 서머스, 그리고 프레드 오타시가 등장한다. 오타시는 자기가 지미 호파가 의뢰해서 먼로와 로포드의 집을 도청했다고 증언했다. BBC 방송에 자극을 받아 먼로 도큐먼트를 제작하던 ABS 방송의 프로듀서 실비아 케이스도 오타시와 인터뷰를 했으며, 오타시는 한걸음 더 나가서 먼로가 죽던 날 녹음 테이프가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ABC 경영진은 이 프로를 불방(不放)시켜 버렸다.
- 사진 (2) : <The Murder of Marilyn Monroe>(2014, 2017. Skyhorse Publishing). 프레드 오타시의 녹음 테이프를 최대한 추적해서 8월 4~5일을 재구성했다.
- 사진 (3) : <The Last Days of Marilyn Monroe>(1998. Morrow). 도널드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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