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62년 8월 5일

작성일 : 2024-03-12 12:14조회 : 179

1962년 8월 5일

1962년 8월 4일 토요일 밤, 브렌트우드의 한적한 먼로의 집에선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자정이 넘어서 5일 일요일이 됐다.

- 8월 4일 오후 11시 45분~12시, 노년에 죽음을 앞에 둔 노먼 제프리스이 1993년에 고백한 바에 의하면, 앰뷸런스가 떠난 후에 사복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먼로의 시신을 게스트 룸에서 베드룸으로 옮기고 침대 위에 엎어진 자세로 만들어 놓았으며, 게스트 룸에 있던 수면제 약병이 놓여 있는 베드사이드 테이블도 베드룸으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한 사람의 증언이기 때문에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앰뷸런스 구급요원 제임스 홀도 마빈 이아논 경사가 당시 상황을 지시하고 있음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 8월 5일 오전 12시 10분, 베벌리 힐스 경찰국 소속 형사 린 프랭클린(Det. W. Lynn Franklin 1922~2005)은 LA를 동서로 가로 지르는 올림픽대로(Olympic Blvd)를 경찰차로 순찰하던 중이었다. 그는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고 시속 70~80 마일로 동쪽으로 과속 주행하는 검은색 링컨 콘티넨탈을 로버트슨가(街)와 만나는 지점에서 정지시켰다. 그는 플래시를 들고 링컨 승용차에 다가 갔다. 프랭클린 형사는 운전자에게 헤드라이트도 안 키고 75마일로 달리고 있다고 하자, 운전자는 “사람을 공항에 데려다 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프랭클린이 운전자가 피터 로포드임을 알아차리고, “공항은 서쪽으로 가야 하는데 동쪽으로 가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로포드는 “우선 내 친구를 베벌리 힐튼 호텔에 데리고 가서 체크 아웃시켜야 한다”고 했다. 프랭클린은 “힐튼 호텔은 다른 방향으로 2마일 거리”라고 알려 주었다. 프랭클린이 앞 좌석에 탄 사람을 비추어 보자 로포드는 “그는 의사이고 우리와 함께 공항으로 같이 가는 중”이라고 했다. 프랭클린은 뒷좌석을 비추어 보았더니 로버트 케네디가 타고 있어서 놀랐다. 로포드는 “법무장관을 힐튼에서 체크 아웃시키고 곧 공항으로 가야한다”고 했고, 프랭클린은 힐튼과 공항이 각각 반대방향으로 멀지 않다고 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로포드에게 짜증을 냈고, 프랭클린은 과속하지 말고 가라고 보냈다. 프랭클린은 로포드가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고 생각했다.

프랭클린 형사는 마릴린 먼로가 죽었음을 아침에 뉴스를 보고 알았고, 또 로포드의 자동차 앞 좌석에 탔던 의사가 그린슨임도 나중에 알게 됐다. 하지만 프랭클린은 이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베벌리 힐스 경찰국에서 훌륭한 근무성적으로 훈장을 타고 은퇴한 그는 1992년에 나온 <Marilyn: The Last Take>에서 저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여기서 베벌리 힐튼 호텔이 언급된 점은 특이하다. 왜냐하면, 1985년에 방영된 BBC TV 마릴린 먼로 도큐먼트에 1962년 당시에 LA 시장이던 샘 요티(Sam Yorty)가 윌리엄 파커 경찰국장이 먼로가 죽던 날 로버트 케네디가 베벌리 힐튼에서 목격됐다고 비밀이라면서 자기에게 알려 주었다“고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버트가 실제로 그 날 베벌리 힐튼에 머물렀는지는 알 수 없다.

- 8월 5일 오전 12시 30분, 로버트 케네디는 피터 로포드의 집 근처 공터에서 기다리던 헬기를 타고 LA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LA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유나이티드 항공 소속 소형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그 날 오전 9시 30분, 로버트 케네디는 가족과 함께 성당 미사에 참석했다.
[로버트가 헬기로 출발했다는 사실은 뉴욕헤랄드 트리뷴 기자 조 히암스(Joe Hyams 1923~2008)와 사진기자 윌리엄 우드필드(William Woodfield 1928~2001)가 먼로의 이웃 주민이 전날에 로버트가 먼로의 집을 드나드는 모습을 보았다는 제보를 받고 그가 헬기로 LA를 떠났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서 헬기 회사를 조사해서 운항 일지를 찾아냄에 따라 밝혀졌다. 히암스 기자는 로버트가 헬기편으로 로포드의 집 부근에서 떠났다는 기사를 써서 본사에 보냈으나 본사는 이 기사를 킬(kill)해버렸다. 두 사람은 20년 동안 침묵을 하고 있다가 1983년부터 앤서니 서머스가 취재를 들어가자 비로소 공개적으로 증언을 했다.]

- 오전 4시 25분, 먼로의 집에서 랠프 그린슨은 마릴린 먼로가 사망했으며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다. LAPD 서부경찰청 야간 당직이던 잭 클레몬스 경사(Sgt. Jack Clemmons)가 전화를 받았다.
- 오전 4시 45분, 잭 클레몬스 경사가 먼로의 집에 도착했다. 클레몬스 경사는 랠프 그린슨, 먼로의 내과의사 하이먼 엔겔버그, 그리고 가정부 유니스 머레이와 이야기를 하고 베드룸 침대에 누워있는 먼로의 시신을 살펴 보았다. 먼로는 아무 것도 안 입은 상태로 엎어져서 고개를 눕히고 있었고 두 다리는 곧게 뻗고 있었다. 클레몬스 경사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사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토가 없었고, 베드사이드 테이블 위에 물 컵이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또한 아무 옷도 입지 않은 채 자살한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세 사람의 이상한 표정에서 상황이 꾸며진 것 같다고 느꼈다.
클레몬스는 모든 방을 둘러보지는 않아서 패트 뉴컴, 노먼 제프리스, 밀튼 루딘 변호사가 다른 방에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클레몬스 경사는 유니스 머레이가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 것을 특히 이상하게 생각했다. 자살이라기보다는 살인 같다고 생각한 클레몬스 경사는 서부경찰청 상관인 로버트 바이런 경사(Sgt. Robert Byron)한테 보고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살인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으나 그의 의견은 묵살당했다.

- 오전 5시 30분, LAPD 본청 소속인 마빈 이아논 경사(Sgt. Marvin Iannone)가 도착해서 클레몬스 경사에게 서부청으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 오전 5시 45분, 서부청 소속 로버트 바이런 경사가 먼로의 집에 도착했다. 거의 동시에 웨스트우드 안치소의 가이 호켓과 그의 아들이 시신 운반차로 도착했다.
- 오전 6시, 조 히암스 기자가 기자로서는 가장 먼저 먼로의 집에 도착했다. 히암스는 LAPD 정보국장 제임스 해밀튼 경감(Capt. James Hamilton)이 현장에 와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제임스 해밀튼은 로버트 케네디와 가까운 사이로, 로버트는 자기 책 <The Enemy Within>(1961)에서 그를 ‘나의 친구’라고 지칭했으며, 현장을 지휘한 마빈 이아논 경사의 직속상관이었다.]

- 오전 6시 30분, 먼로의 시신은 웨스트우드 안치소 차량에 실려서 안치소로 출발했다.
- 오전 8시~8시 30분, LA 검시관실(Coroner's Office)은 먼로의 시신을 검시소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 오전 9시, 먼로의 시신이 LA 다운타운에 있는 검시소에 도착했다.
- 오전 10시 30분, 부검의(剖檢醫) 토머스 노구치(Thomas Noguchi)는 먼로의 시신을 부검(autopsy)하기 시작했다. LA 검찰청 법의관인 존 마이너(John Miner) 검사가 입회했으며, 5시간이 걸려서 오후 3시 넘어서 끝났다.

- 8월 7일, 토머스 노구치는 먼로가 수면제 과용(overdose)으로 사망했으나 독극물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살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언론에 말했다. 노구치는 먼로의 몸에서 주사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위(胃)와 소장(小腸)에서 수면제 잔존물이 검출되지 않았고 대장(大腸)이 보라색을 띄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약물로 죽은 사람을 많이 본 존 마이너 검사는 이런 결과에 의거해서 먼로는 관장(灌腸)을 통한 약물 주입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살인이라면서 재수사를 주장했다. 특히 먼로가 죽었는데 가정부인 머레이가 한밤중에 세탁기를 돌렸다는 사실은 관장을 하는 과정에서 오물이 묻은 옷과 시트를 빨았던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존 마이너는 검사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를 파괴하고 말았다. 20년이 지나서 노구치는 주사 자국 여러 곳과 여러 곳에 난 멍을 검시 보고서에서 누락시켰다는 비판을 들었다.]
- 8월 8일 오후 1시의 장례식이 웨스트우드 메모리얼 파크에서 열렸고, 먼로는 그곳 크립트(Cript)에 안치됐다.
- 8월 18일, LA 검시관 시어도어 커피(Theodore Curphey)는 먼로의 사인이 ‘probable suicide', 즉 ’자살 가능성이 있는 사망‘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 사진 (1) : 베드룸에서 실려 나가는 먼로의 시신.
- 사진 (2) : 먼로의 시신을 실은 안치소 차량이 먼로의 집을 나서고 있다. 경찰관 옆의 여인은 패트 뉴컴.
- 사진 (3) : 부검을 마친 먼로의 시신이 검시소를 나오고 있다.
- 사진 (4) : 부검을 마친 먼로의 시신이 장례식을 위해 웨스트우드 메모리얼 파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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