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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사 ?

작성일 : 2024-08-09 09:07조회 : 420

지역의사 ?

무모한 의대 증원이 의료 대란을 거쳐서 의료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이 엄중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공공의대를 만들어서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전공의가 없어지고 의대 전교생이 유급을 해서 내년에 신입생을 뽑기도 불가능한 판국에 공공의대를 새로 세우겠다는 것도 듣기에 민망한데, 이런 의대는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세워서 그 의대를 나온 졸업생은 10년 동안 그 지역에서만 의사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50대 이하 사람들은 기억에 없겠으나 우리나라도 과거에 한지면허(限地免許) 의료인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의사가 워낙 부족하니까 식민당국은 의대(당시는 의학전문학교)를 나온 의사가 아니더라도 일정기간 병원이나 의원에서 조수로 일했던 사람에게 한지면허를 주었던 것이다. 한지면허 의사는 자기가 모셨던 의사로부터 어깨 넘어 배운 지식으로 간단한 진료를 하고 처방을 했던 것이나, 지역적 제한을 두어서 한지면허 의사라고 불렸다. 8.15 광복 후에도 이는 기득권으로 인정이 되어서 상당기간 있었으나 그런 의사들도 나이가 들어서 1960년대 들어 사라져 버렸다.

국가가 시행하는 한의사 시험이 있기 전에 한의사도 그런 한지면허가 있었고 유사의료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접골사(接骨士)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된다. 1960년대 들어서 한지면허 한의사도 사라졌고 접골사는 그 자체가 없어졌다. 그 시절 불광동 고개 양쪽의 달동네에는 ‘체내림’이라고 써 붙인 남루한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식중독 등으로 급체(急滯)를 하면 어떻게 처치를 한다는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불법 의료행위였다. 이 모두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민주당은 지역의사는 10년 동안은 그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고 규정할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전공의 과정 거치고 남자는 군의관 다녀오면 10년이 훌쩍 지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떠나면 그만이다. 지역면허제 의사를 배출하는 의대는 아무래도 그 명성이 보통 의대보다 떨어질 것이기 분명하기 때문에 과연 그 지역민들이라도 그런 의사가 있는 병·의원을 찾아갈지가 의문이다. 어느 의원은 지역의사가 한다더라고 소문이 나면 그 의원이 잘 될지 안 될지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지방의 병원이 줄어드는 주된 원인 중의 하나는 KTX 덕분에 부산 대구 대전은 물론이고 목포 여수에서도 수도권 큰 병원으로 진료를 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물론 응급상황이다. 분초를 다투면서 생명을 구해야 하는 응급의학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다. 그러면 지역의사 중에서 응급의료를 전공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의사가 최선을 다했다고 하더라고 환자가 죽으면 의사와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큰 분위기에서 응급실에서 일할 의사가 있을지가 의문인데, 지역의사라고 해도 과연 응급실에서 일을 할까?

지역제한 의사 면허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원칙과 충돌하는 측면이 많다. 사관학교를 나온 장교에게 의무복무 연한이 있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도대체 국가를 운영할 만한 기본 자질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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