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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혼돈의 2025년 의대
작성일 : 2024-09-09 19:04조회 : 245
혼돈의 2025년 의대
오늘(9월 9일)부터 대학 수시입시 절차가 시작됨에 따라 우리나라 의료와 의대 교육은 한치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는 예고가 된 것이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인물이 되지 못하고 그 주변이나 여당 자체가 똑같기 때문이다. 그들의 면모는 의사 출신, 그것도 우리보다 훨씬 선진적인 미국 의사 출신인 국회의원의 문자 교신 장면에 잘 나타나있다. 독선(獨善)에 대한 맹종(盲從)과 무소신(無所信), 그리고 위선(僞善)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오판을 인정하면 자신들의 정권 기반인 골수 지지층마저 등을 돌릴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이명박의 지지도가 바닥을 찍었던 순간은 그가 촛불시위에 굴복해서 아침이슬이 어떻고 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을 때였다. JTBC가 태블릿 PC 영상을 보도하자 이를 보고 화들짝 놀란 박근혜는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그 다음날부터 촛불시위가 발생했다. 그래서 이들은 의료가 망가지든 말든, 의대가 망가지든 말든 버티는 것이다. 이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정권은 물론이고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판(誤判)했던 바는 바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었다. 도무지 이 같은 조용하지만 무서운, 무저항(無抵抗)의 저항(抵抗)을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을 두고 무어라고 말을 하는 자체가 무의미하고 불경(不敬)하지 않는가. 이런 판국에 당정이 주동이 돼서 의료개혁을 한다고 하는데, 개혁이란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을 때 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토대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개혁을 한다는 말인가.
2025년 입학정원을 원상으로 회복시킨다고 해도 의대생들이 전원 유급을 해서 이들이 내년에 복학을 하면 예과 1학년은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가 없다. 증원을 하지 않은 서울의 8개 의대도 갑자기 두 배로 늘어난 예과 1학년 수업을 할 수가 없다. 이들이 또다시 대거 휴학을 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배~3배 증원을 한 지방 의대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 몇몇 지방 국립의대 병원은 존립이 흔들린다는 데 그런 상황에서 그런 의대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의대는 원래 병원과 같이 존재하는 것이기에 병원이 망하면 의대도 당연히 문을 닫는 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남자 의대생들은 휴학을 하고 군 복무를 먼저 하면서 혼란기를 피하려 한다고 한다. 남학생들이 대거 휴학을 해서 내년 증원을 하지 않은 서울의 8개 의대 1학년은 학생이 두 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나 이런 말이 나온다는 자체가 기가 막힌 일이다. 정원을 대폭 늘린 지방 의대에선 휴학을 하고 있는 예과 1년생은 물론이고 2년생들까지 수능시험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수도권 의대로 대거 옮겨가면 200~300% 증원을 해서 신뢰가 추락한 지방대 의대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는가 ? 이렇게 수도권 의대 1학년이 된 학생들은 휴학하고 군대를 가면서 혼란의 시기를 벗어나려고 한다는 데, 도무지 이것이 정상인가 ?
이 정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사태를 수습한다고 해도 회복하는 데 10년은 걸릴 것이며 그 동안에 새로 공급되는 의사와 전문의 숫자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요새 어린 아이를 둔 가정이 가장 황당하고 암담하다고 하는데, 이러다간 아예 무출산(無出産) 사회로 이행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동아일보는 그래도 사태를 객관적으로 본 사설을 내보냈다.
[사설]의대 증원, 자고 나면 정부 말이 바뀌는데 어찌하자는 건지 (동아일보 9월 9일자)
https://www.donga.com/.../article/all/20240908/130005401/2
중앙일보는 역시 의료계를 비난하는 사설을 내보냈다.
[사설] 의료계도 무리한 조건 거두고 정부는 인내심 발휘를 (중앙일보 9월 9일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6481
‘연 1500명 의사 증원’ 즉각 못 박아야‘라는 제목의 유명한 송호근 칼럼(중앙일보 2023년 10월 31일자)을 일찍이 내보낸 신문답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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