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지던트와 교육병원

작성일 : 2024-09-23 07:56조회 : 180

레지던트와 교육병원

천국과 지옥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천국은 지옥을 못 이긴다는 조크가 있다. 변호사, 검사 등 법률가들이 대거 지옥에 가 있으니, 사람들의 영혼을 구제한 사제와 수녀, 그리고 사람들의 육신을 구제한 의사들이나 가 있는 천국은 법률가가 우글거리는 지옥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길 수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비슷한 일이 현세인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전공의 제도(레지던시)를 아예 없애버리려고 작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국이 아닌 현세에서 전공의가 사라지면 매우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전공의가 사라지면 의대와 대학병원이 무너지는 것이며, 그러면 그 나라 의료의 미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수련병원’이라고 부르는 교육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이들은 자체로서 중요한 의료 인력일 뿐만 아니라 전문의로 성장하는 중요한 인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인턴과 레지던트는 20세기 초에 존스 홉킨스 의대가 처음 시작했다고 한다. 2차 대전 전까지는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시(Residency)를 거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대개는 졸업 후 곧장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로 취업을 하거나 개업을 했다.

2차 대전 후에 각 의대와 병원들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확대함에 따라 의대를 졸업하고 최소한 인턴을 거치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했다. 그 후 메디칼 스쿨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시작했고, 이와 연계된 교육병원(Teaching Hospital)이 레지던트에 의존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제 일반의는 거의 사라졌고, 일반의라는 용어 자체도 잘 쓰이지 않는다.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배우고 익혀야 할 의학 지식과 경험이 늘어나서 이제 의사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인턴과 최대 4~5년간의 레지던트를 거쳐야 한다. 흉부외과나 신경외과 같은 분야는 2~3년간 펠로우로 추가적인 훈련을 거친다. 현재 미국의 레지던트의 평균 연봉은 약 7만 달러로, 근무 시간이 장시간임을 감안하면 간호사(RN) 평균 연봉 보다 적다.

레지던트도 의사이기 때문에 교수 또는 전문의(attending physician)의 관장(supervision)하에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레이건 대통령 일행이 피격 당하고 조지워싱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 레이건 대통령과 제임스 브래디 공보비서는 외과과장과 외과 교수가 수술을 했다. 가슴에 총을 맞았으나 총탄이 심장과 혈관을 다치지 않은 티모시 매카시 경호원은 시니어 레지던트가 수술을 했다. 그 레지던트는 그 후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외과과장을 지내는 등 외과의사로서 명성을 날렸다.

이전글파국으로 향하는 의대와 대학병원

다음글故 남재희(南載熙)

리스트로

이상돈닷컴

이상돈

LEESANGDON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