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베트남 전쟁, 의사와 간호사

작성일 : 2024-10-15 10:41조회 : 60

베트남 전쟁, 의사와 간호사

이번 의료 대란을 겪으면서 나는 의사 단체와 간호사 단체 사이에 불신이 많은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 또한 이번 의대 증원 파동으로 군의관 수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군에서 사고가 생겨도 민간병원을 찾는다고 하니 우리나라 군 병원이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베트남 전쟁을 지켜보면서 성장했다. 베트남 전쟁은 1940년대부터 내가 태어난 1951~52년생이 치른 전쟁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의료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중요한 역사다. 베트남 전쟁에서 의료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간호장교를 중심으로 5~6회에 걸쳐 연재해 보려한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의관은 대부분 전문의들이었다. 이들은 전역 후 성공적인 삶을 살았고, 자신들이 전쟁에서 했던 일을 평가해 달라는 운동을 벌이지는 않았다. 반대로 간호장교들은 자신들의 역할이 잊혀 있다면서 자신들의 역할을 인정받기 위한 캠페인을 벌렸다. 1993년 11월, ‘추모의 벽’ 부근에 베트남 참전 여성을 기리는 메모리얼이 제막식(除幕式)을 가짐으로서 이들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여성운동 측면에서도 중요한 순간이었다.

워싱턴 DC 베트남 전몰장병 ‘추모의 벽’(The Wall)에는 살아 돌아오지 못한 58,000 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 중 여성이 8명이다. 이들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여성 11,000명 중 돌아오지 못한 8명이다. 11,000명 중 9,000 여명은 간호장교였고, 이들 중 8명이 살아서 본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야전병원에서 일한 군의관과 간호사 덕분에 많은 부상자, 특히 중상자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들이 없었으면 ‘추모의 벽’은 보다 높고 더 넓어질 뻔 했다.

베트남 전쟁에선 'Dustoff'라고 부른 적십자 마크를 단 휴이(UH-1) 헬기가 부상당한 장병을 신속하게 후송병원(Evacuation Hospital)으로 실어 날랐다. 덕분에 부상자의 생존율이 2차 대전이나 한국전쟁 시절 보다 월등하게 높아졌다. 후송병원에선 전공의 과정을 마친 소령급 군의관과 간호대학/간호학교를 나온 소위/중위 간호장교, 그리고 이들을 돕는 의무병이 팀을 이루었다.

군의관은 메디컬 스쿨을 나오고 전공의 과정을 마쳐서 나이가 30세 전후였다. 대체로 이야기해서, 이들은 큰 도시의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서 좋은 교육을 받은 엘리트였다. 반면에 간호장교는 간호대학이나 간호학교를 나오고 입대해서 임관한 젊은 신참 간호사들로, 평균연령이 23세였다. 당시는 여성이 4년제 대학을 다니는 비중이 낮았고, 4년제 대학 간호학과 보다는 큰 병원이 운영하는 3년제 간호학교(Nursing School)에서 간호사(RN)를 많이 배출했다. 간호학교는 작은 도시에 있는 큰 병원이나 가톨릭 수녀회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케네디 행정부가 베트남에 지상군 병력을 본격적으로 파견하자 국방부는 야전병원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확충할 필요를 느꼈다. 군의관은 징집대상인 의사로 충당하면 됐으나 간호사는 압도적으로 어성이 많아서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국방부는 전국의 간호학교에 모병관(募兵官)을 보내서 간호학생들에게 입대를 권유했다. 마지막 1년은 학비는 물론이고 의복비와 생활비를 장학금으로 주고 그 대신 졸업 후 간호장교로 입대해서 2년간 근무하면 된다고 학생들을 유혹했다. ‘장교가 돼서 세계를 보라“(Be an Officer, See the World)라는 구호 아래 멋있는 장교복을 입은 간호장교 사진을 실은 팜플렛을 학생들에게 돌렸다.

작은 도시나 마을에 살고 있던 간호학교 학생들은 병원에서 배우면서 일을 해서 용돈을 벌었다. 이들에게 국방부 장학금은 파격적으로 좋았다. 태어나서 자기 마을 밖에서 살아 보지 못한 이들에게 ‘세계를 본다’는 구호는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국방부 모병관이 내민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들도 베트남이란 곳에서 미군이 전투를 하고 있다고 들었으나 베트남에 가더라도 그것은 일종의 모험(어드벤처)일 것으로 생각했다. 장학금을 받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오빠가 베트남에 가니까, 또는 남자 친구가 베트남에 간다니까 따라서 입대한 경우도 있었고, 아버지가 군인 출신인 가정의 딸이 애국심으로 자원하기도 했다. 대체로 이야기해서, 입대를 서약한 간호학생들은 ‘small town girls'였다.

이들은 졸업 후 입대해서 군사훈련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된 후 다시 군에서 필요한 간호 훈련, 특히 베트남 야전 병원에서의 임무에 관해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임관 후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이들은 베트남 파견 명령을 받았다. 모병관이 ‘See the World'라고 한 곳은 무덥고 위험한 베트남이었다. (계속)

- 사진 (1) : 1968년 초 중부 고원지대 케산의 해병기지에 배치된 군의관들. 모두 플레이크 재킷을 입었고 계급장 표지가 없다. 케산은 공산군의 집중적인 포위공격을 받았으나 미군은 결국 이들을 격퇴했다. 케산 전투는 베트남 전쟁 중 매우 치열했던 전투의 하나로 뽑힌다.
- 사진 (2) (4): 후송병원에서 간호장교들이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백색 가운이 아닌 카키 군복을 입고 전투화를 신었다.
- 사진 (3) : 베트남에서 이동수단은 UH-1 헬기였다. 헬기에 오른 간호장교들. 왼쪽에 군견(軍犬)이 같이 타고 있으며 오른쪽에 M-60 기관총이 장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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