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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대를 알게 된 사연
작성일 : 2024-11-11 00:19조회 : 55
의대를 알게 된 사연
의대 증원과 의료 문제에 대해 이런 저런 의견을 내면서 윤 정권을 비판하고 의사 편을 들었더니 혹시 의사 자식이나 의사 사위/며느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그렇지는 않다. 내가 의료 시스템에서 의대가 중요함을 깨달았던 때는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에서 유학하던 시절이다. 내가 공부한 Tulane은 1834년에 그 지역 의사 몇 명이 세운 초보적인 의대가 나중에 주 정부가 세운 주립대학과 합쳐져서 생겨난 유서 깊은 대학이다. 도시의 오래된 채리티 병원(Charity Hospital)과 튤레인 의대는 그 지역의 의료를 책임져왔다.
뉴올리언스에는 Tulane과 루이지애나 주립대학(LSU) 의대가 있고 두 대학 병원이 있으며 주 정부가 운영하는 거대한 채리티 병원이 있으며 몇 개의 민간병원이 있다. 민간병원 중에는 옥스너 병원(Ochsner Hospital)이 가장 크고 유명하다. Tulane 의대의 유명한 외과의사이던 앨튼 옥스너(Alton Ochner 1896~1981)가 세운 옥스너 병원은 오늘날 10 여개의 대형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 그룹으로 발전했다. (채리티 병원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문을 닫았다.)
내가 공부하던 당시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막강한 인사는 러셀 롱(Russel Long 1918~2003) 상원의원으로, 그는 1948~1987년 동안 상원의원을 지냈다. 러셀 롱은 주지사를 지내다가 암살당한 휴이 롱(Huey Long 1893~1935)의 아들이다. 그 외에 하원의원, 주지사, 뉴올리언스 시장이 유력한 인사인데, 민간인으로 유력한 인사로는 앨튼 옥스너가 손 꼽혔다. 의대 교수가 병원을 세워서 그렇게 성공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는 미국에서도 드문 일이다. 위스콘신 대학에 있다가 1927년에 외과과장으로 Tulane에 부임한 옥스너는 Tulane 의대와 채리티 병원을 연계해서 함께 발전시킨 후 대학을 나와서 옥스너 병원을 세웠다.
1970년대에 우리 의사들이 미국으로 취업 이민을 많이 갔고, 뉴올리언스에도 한국인 의사가 몇 분 있었다. 그 중 Dr. Kim이란 전문의가 자기 집으로 초대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분 집이 어떻게 큰지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미국 의대와 대형병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들어서 알게 됐고, 인구 100만 명 도시의 의료 시스템 핵심에 Tulane 의대가 있음도 알게 됐다. 또한 ‘MD Ph.D'라고 새겨진 가운을 입고 다니는 의대 교수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를 알게 됐다. 의대가 있는 대학의 위상과 영향력은 그렇지 않은 대학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리고 나는 중앙대에 자리를 잡았다. 그 때 이상돈 의무부총장이 동명이인이고 고등학교 후배인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 부총장(2014년 작고)은 서울대 의대에서 생리학 교수를 지내다가 중앙대가 의대를 만들자 창설 멤버로 의대 학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나는 의대와 병원 때문에 중앙대가 아주 골머리를 앓고 있음을 알았다. 자체로 병원을 세우기가 어려웠던 중앙대는 필동 성심병원과 제휴했으나 얼마 후 문제가 생겨서 성심병원 재단과 갈라지고 필동병원을 중앙대가 인수해서 학교가 매우 힘들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들어서 많은 대학이 2캠퍼스를 건설했는데, 중앙대는 안성에 2캠을 건설했다. 병원과 2캠 건설 때문에 대학 재정이 심각하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지하철 공사 때문에 필동 병원은 운영이 어려워서 용산에 있던 철도병원 건물을 임차해서 용산병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대학은 큰 어려움에 처했고 결국 1987년에 재일교포 부동산 사업가가 막대한 부채를 부담하기로 하고 중앙대 법인을 인수했다. 나중에 알게 된 바에 의하면, 대학은 부도 직전이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버젓한 대학병원이 없는 중앙대는 고민 끝에 필동병원 부지와 건물을 동국대에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으로 강남으로 옮겨간 부속고등학교 자리에 새 건물을 세워서 2004년에 비로서 오늘날의 중앙대 병원을 열었다. 2022년에는 광명에 중앙대 병원을 세웠는데, 법인을 운영하는 두산 그룹 덕분이다. 30년 동안 중앙대에 있으면서 이런 우여곡절을 본 나는 의대와 대학병원을 세우고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임을 절실하게 알게 됐다. 의대는 결코 함부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의대 정원도 제멋대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사진 (1) : Tulane Medical Center, New Orleans.
- 사진 (2) : 추억의 용산병원. 1984년 개원식. 가운데 흰색 양복 입은 사람이 이상돈 부총장. 그 앞은 임철순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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