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대는 큰 도시에 있어야

작성일 : 2024-11-18 08:02조회 : 38

의대는 큰 도시에 있어야

이런 와중에 새로운 국립의대를 만들어 달라고 국회의원들이 여기저기서 ‘난리’를 부리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신설 의대 인가권을 갖고 있는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코넬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하고 한국개발원(KDI)에서 교육정책을 다루다가 코넬대 선배인 박세일 교수가 김영삼 정부에서 정책기획/사회복지수석을 지내는 동안에 그를 도와서 교육정책 입안에 참여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대학설립준칙주의와 군소 의대 무더기 신규허가다. 우리는 지금도 YS 청와대가 남긴 두 어리석은 교육정책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박세일과 이주호가 박사학위를 한 코넬 대학은 뉴욕 북부 이터카(Ithaca)라는 풍광이 아름다운 한적한 전원에 있다. 캠퍼스 도시인 이터카의 인구는 32,000명이고, 이터카 시를 포함한 톰킨 카운티의 인구도 10만 명에 불과하다. 명문사립대학인 코넬은 생명과학과 농업과 이공계로 유명하고 로스쿨, 비즈니스 스쿨 등도 자랑할 만하다. 하지만 코넬 의대는 뉴욕시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다. 1898년에 올리버 페인이란 부호(富豪)가 거액을 코넬에 기증하자 대학은 의대는 인구가 많은 도시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뉴욕시에 의대를 설립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코넬 의대와 병원은 컬럼비아 의대와 함께 뉴욕 장로교 병원(NewYork-Presbyterian Hospital) 시스템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코넬 대학에서 공부를 했다면 코넬 의대가 이터커가 아닌 뉴욕 맨해튼에 있다는 사실에서 무언가 교훈을 얻을 만도 한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뉴욕, 시카고 등 미국 대도시 시내에는 메디컬 디스트릭(Medical District)이라고 부르는 의대와 큰 병원이 모여 있는 지역이 있다. 의대는 병원과 떨어져서는 교육을 할 수 없으며,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트를 할 수 있는 병원도 일단 규모가 커야 하기 때문에 의대는 인구가 많은 도시에 있어야 한다. 미국 제4의 도시이고 머지않아 시카고를 능가해서 제3의 도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 메디컬 센터(Texas Medical Center)는 아마도 가장 큰 메디컬 디스트릭이 아닐까 한다.

클린턴 대통령 임기 초에 발생한 신흥종교집단 사건으로 유명한 텍사스 내륙의 작은 도시 웨이코(Waco)에는 기독교 재단이 세운 오래된 베일러 대학(Baylor University)이 있다. 20세기 들어서 댈러스에 세워진 댈러스 의대가 베일러 대학과 합쳐져서 베일러 의대가 됐고, M.D. 앤더슨이란 부호가 남긴 재산으로 설립된 재단이 메디컬 콤플렉스를 휴스턴에 세우자 댈러스에 있던 베일러 의대는 휴스턴으로 이전해 왔다. 오늘날 휴스턴의 텍사스 메디컬 센터에는 텍사스 의대, 베일러 의대를 위시해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병원들이 들어서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병원은 아마 앤더슨 암센터(Anderson Cancer Center)일 것이다.

휴스턴의 메디컬 센터 부근에는 라이스 대학이 있어서 이 지역에는 의사, 교수 등 전문직업인들이 많이 모여 산다. 텍사스가 보수 민주당 정치의 본산이던 1966년 선거에서 이 지역의 수준 높은 유권자들은 동부 출신의 공화당원을 하원의원으로 선출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가 나중에 부통령과 대통령이 되는 조지 H. W. 부시다. 휴스턴에 있는 메디컬 센터처럼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시애틀, 미니애폴리스 등 주요한 도시의 도심에는 예외없이 의대와 병원이 모여 있다. 인문학은 한적한 전원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지만 의대 교육은 이처럼 규모가 되는 도시에서 해야 하는 법이다.

나는 20년 전에 휴스턴의 메디칼 지역을 가본 적이 있는데, 그 규모에 압도돼 버렸다. 그것은 차라리 ‘의료 도시(Medical City)’였다. 이곳에서 연수를 한 우리 의사들도 많으며, 덕분에 우리나라 암 진단과 치료는 이제는 앤더슨 못지않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상한 대통령이 이렇게 이룩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 사진 (1) : 맨해튼에 있는 코넬 의대와 병원.
- 사진 (2) : 휴스턴 텍사스 메디컬 센터 야경.

이전글의료대란, 결자해지가 유일한 출구

다음글지방의대 하향화

리스트로

이상돈닷컴

이상돈

LEESANGDON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