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통령이 있다면

작성일 : 2024-12-07 08:40조회 : 123

부통령이 있다면

이번 사태 후 주간조선 기자가 전화를 해서 우리 대통령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제에 부통령이 없는 것도 우리 헌법의 큰 문제라고 이야기했더니 그 부분을 기사에 반영했다. (아래 참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원 법사위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자 공화당 원로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과 상하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백악관을 방문해서 닉슨에게 “미국과 공화당을 위해 사임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다음 날 닉슨은 사임하고 부통령 제럴드 포드가 대통령에 취임해서 닉슨의 잔여임기를 채웠다. 그날부터 정국은 안정을 되찾았다. 타임지는 표지에 포드를 내세우고 ‘Healing Begins'라는 제호를 달았다.

하지만 우리는 대통령이 사임하면 'Healing'이 아니라 또 다른 'Chaos'가 시작된다. 우리는 대통령 궐위가 발생하면 60일 내에 후임자를 선출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신헌법이나 5공 헌법처럼 체육관에서 대통령 선거를 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박근혜가 탄핵심판을 받지 않고 그대로 사임했더라면 각 정당은 후보자 경선 등 정치 일정이 힘들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 심리가 몇 달 걸렸기 때문에 각 정당은 후보자 경선을 하는 등 대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87년 헌법 개정 당시 김영삼, 김대중, 노태우는 임기가 보장되는 부통령 보다 자기가 마음대로 임명하고 해임할 수 있는 국무총리를 두기를 원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매년 교체하는 기록을 세웠다.

러닝메이트로 선출되는 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이 선출했기 때문에 그의 민주적 정당성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국무총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에 유고가 발생한 경우 부통령이 있으면 정국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겠으나 우리처럼 60일 이내에 임기 5년의 후임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면 정국이 매우 혼란하기 마련이다. 우리 국민이 이런 혼란을 다이내믹하다고 좋아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고 ‘다이내믹’하다면 문제가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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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후폭풍…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말 앞당기나 (주간조선, 김회권 기자 입력 2024.12.06 12:00 호수 2837)

“부통령제 있었으면 이미 탄핵됐을 수도”

당장의 비상계엄 대응으로 여야 모두가 다급한 상황에서 차후 권력구조의 변화 문제는 아직 너무 앞선 이야기인 듯하다. 몇몇 민주당 관계자들은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민주당 재선의원은 “지금은 탄핵이 우선이다. 이후 대통령 선거를 당겨서 하게 된 뒤에야 개헌 이야기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87년 체제의 한계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부통령 제도가 있었다면 윤 대통령은 이미 탄핵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87년 개헌 당시를 떠올렸다. “1987년 개헌 때 나를 포함한 소장파 학자들을 중심으로 부통령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 노태우·김영삼·김대중 등 주요 대선 후보가 부통령 제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만약 지금 부통령이 있다고 치자. 부통령도 여당 사람일 거고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정치 인생은 벌써 끝났을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대통령 교체를 요구했을 수 있다. 비상계엄 이후에도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을 보호하려고 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지금 선거하면 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서 아닌가.”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8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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