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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30 남성들이 왜 뛰어들었나 (시사저널)
작성일 : 2025-01-28 22:46조회 : 81
시사저널 2025년 1월 24일
충격적인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2030 남성들이 왜 뛰어들었나 [쓴소리 곧은소리]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2025. 1. 24. 09:00
- 통합 추구하는 대신 갈등 조장한 보수정치,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 세대·젠더 등 갈라 치는 정치는 결국 그 사회를 위험하게 만들어
(시사저널=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가 이뤄진 1월18~19일 밤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영장이 발부된 후에는 일부 과격한 시위대가 법원 건물에 난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법원 시설과 기물을 파괴하고 영장전담 판사실을 유린했다. 근래에 양극화된 정치집단이 자신들의 세(勢)를 과시하는 식으로 대규모 집회를 도심에서 열었으나, 그럼에도 정부 청사나 공공기관이 시위대에 의해 점거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난입 선동·고무한 유튜버들도 처벌해야
평화적 시위나 집회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신고된 범위를 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런 경우에도 폭력이 발생하지 않는 한 경찰은 인내심을 갖고 임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것을 두고 엄격한 법집행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할 수도 있으나, 어느 정도 선(線)을 넘는 시위라도 이를 감내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무난하게 관리하는 측면도 있다. 법원이 유린된 이번 사태는 인내로써 평화적 집회와 시위를 보장해온 경찰의 그간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과격한 시위대가 법원의 영장심사 자체를 방해하려고 시도했고 더구나 심야에 법원 건물에 난입했으니 이들의 행동은 일말(一抹)의 동정조차 얻기 어렵다. 경찰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관련자 전원을 사법처리할 기세다. 그럼에도 이들을 선동하고 고무한 유튜버 등을 처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에 난입한 시위대 중 20·30대 남성이 다수였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간 보수 성향 집회와 시위는 주로 60대 이상 노년층이 주축을 이뤄왔다. 윤 대통령 탄핵과 구속에 반대하는 시위에 20·30대 남성이 대거 참여한 것도 특기할 만한데, 그중 일부가 법원 건물에 난입하는 대형 사고를 낸 것이다.
이번 서부지법 난입 사건은 2021년 1월6일 트럼프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워싱턴DC의 의사당을 유린했던 사건과 유사하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에게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 부정이 개입됐다면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의회가 대통령 당선을 확인하는 절차를 저지하라고 선동했다. 이에 극단적 시위대 2000여 명이 의사당을 침범해 기물을 파괴하고 의원들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폭행을 당하는 등 미국 헌정사에 유례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사망자와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의사당 건물과 기물이 손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다음 날인 1월7일 상원의장인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당선됐음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바이든은 1월20일 취임할 수 있었다. 공화당 소속인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헌법질서를 수호했음은 주목할 만하다. 폭력 가담자 1000여 명이 유죄판결을 받고 대부분 복역을 했으나 시위를 선동한 트럼프에 대한 사법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됨에 따라 재판은 중단되고 말았다. 1월6일 의사당 폭동은 극단적 성향의 백인들이 일으켰는데, 그 핵심에는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라는 신(新)나치 성향의 단체가 있었다. 왜곡된 세계관을 갖고 있는 젊은 백인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1월6일 폭동에서 크게 활약해 보통의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2021년 美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연상케 해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단적 세력은 주로 백인 남성, 특히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백인 남성이다. 1960년대부터 소수인종과 여성에 대한 우대조치를 취함에 따라 이들의 지위는 크게 향상됐으나 이로 인해 백인 남성이 오히려 차별을 당하는 계층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오래됐다. 평범한 남성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했던 제조업이 쇠퇴함에 따라 미국 사회의 주축이던 백인 남성들은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트럼피즘'에 빠져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트럼피즘에 반대했던 존 매케인, 밋 롬니 등 합리적인 정치인이 사라져 버린 공화당은 건전한 보수주의를 내세웠던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 W 부시가 이끌었던 공화당과는 전혀 다른 공화당이 되고 말았다.
서부지법에 난입한 젊은이들이 단지 윤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에 반대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기도 어렵다. 20·30대 남성들이 이런 행동에 나선 데 대해선 다각적인 고찰이 필요한데, 이와 관련해선 근래에 거론되어온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 문제를 살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에게는 아직도 유리천장이 존재하지만 이는 50대 이상의 관리직에 주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20·30대로 국한시켜서 본다면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 진출은 눈부실 정도고 많은 분야에서 여성이 오히려 우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과 사무직 일자리가 급속하게 사라짐에 따라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여성과 경쟁하는 남성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의무로 여겨졌던 병역도 차별로 느껴질 수 있다. 이 같은 사회변화가 20·30대 남성들로 하여금 진보적 어젠다를 내세운 정치집단을 부정적으로 보도록 했다.
우리 언론은 여성이 범죄 피해자가 된 경우에 이를 필요 이상으로 젠더 이슈로 부각해 젠더 갈등을 사회적 현상으로 부각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을 부각시키는 행태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민주당 지지가 강한 40·50대를 20·30대와 60대 이상으로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을 내세웠다. 또한 여성부 폐지를 이슈화해 젊은 남성들이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득표로 연결시켰다. 근소한 차이로 결정된 2022년 대선에서 20·30대 남성이 윤석열 대통령을 좀 더 많이 지지했기 때문에 세대와 젠더를 선거 이슈로 내세운 전략은 주효했다.
하지만 세대와 젠더를 갈라 치는 방식의 정치는 분열과 대립을 초래하며 결국 그 사회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지향한다는 보수정치는 원래 합리성에 기반을 둔 것인데, 그간의 정치가 통합을 추구하기는커녕 갈등을 조장하더니 급기야는 시위대가 법원을 유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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