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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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제는 말고기까지 (시사인)
작성일 : 2010-12-31 14:53조회 : 4,592
<시사인 171호, 2010년 12월 25일자> (무단전재를 금합니다)
이제는 말고기까지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평도 포격 사건 후 연평도 주민들은 자신들이 기르던 개와 고양이를 그대로 두고 황급히 인천으로 철수했다. 어느 아주머니가 개에게 마지막으로 먹이를 주고 “미안하다”고 하며 떠나온 모습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한 여자아이는 햄스터를 집에 두고 나왔다며 무척 걱정을 했다. 주민들이 철수한 후 며칠 후에 동물연대, 카라(KARA) 등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사료를 갖고 연평도에 들어가서 개와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햄스터는 데리고 나와서 주인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런가 하면 잊을 만하면 기르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건이 일어나곤 한다. 고양이를 발로 차서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뜨려 죽인 사건, 고양이 학대 동영상 배포 등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을 젊은 세대가 일으키고 있다는 데 대해 특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르던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귀찮다고 버리는 일이 너무 많은 것도 큰 문제다.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를 예쁘다고 생각해서 기르다가 성장하니까 귀찮다고 헌 가구 버리듯이 버리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이렇게 버려진 개가 누적으로 10만 마리는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고, 거리에 방치된 고양이는 음식 쓰레기를 뒤져 먹으면서 번식을 해서 그 개체가 엄청나게 늘었다. 개와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하면 이들을 가정의 구성원으로 책임져야 하는데, 생명을 존중하는 책임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거리를 떠도는 개를 포획해서 동물보호소에서 관리한다. 일정한 기간 내에 그런 개를 입양해서 키우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다행이지만, 보호소 시설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들은 안락사되고 만다. 인간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세상에 탄생시킨 개들이 이렇게 비참하게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유기견을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그런 개를 데려와서 키우다 보면 점차 그 숫자가 늘어나서 심지어 100마리를 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곳을 사설 유기견 보호소라고 부른다. 카페 모임이나 시민단체가 이런 곳에 사료를 보내서 간신히 유지해 오고 있다. 집에서 개를 기르고자 하는 사람에게 유기견을 입양시키는 운동을 하지만 입양이 되는 경우는 미미하다. 많은 개를 무작정 기르다 보니 주변에 피해를 주기도 하고 사고가 나기도 한다. 지난 봄에는 경기도 부천시 야산에 위치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에서 불이 나서 개와 강아지 160여 마리가 불에 타죽었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유기된 반려동물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집에서 기르던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을 적발해서 처벌하고, 유기견에게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 주는 입양운동을 지원해야 한다. 동물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홍보도 필요하고 시민단체와 협력해서 동물보호법을 실효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 정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가 ‘사형집행소’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개와 고양이를 너무 쉽게 안락사시키는 관행부터 바꾸어야 한다.
동물보호법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위해선 개고기를 먹는 습속을 끊어야 한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식용 개와 반려견이 구분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맞지 않다. 식용 개와 반려견을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개를 잡아먹는 행위를 인정하는 한 동물보호법은 유명무실하게 되고 만다. 금년 초 중국 정부는 개와 고양이를 먹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 학술원의 장지웬 교수는 “개와 고양이를 먹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중국이 문명의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3월 22일자 타임지)
1973년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군할 때 정글 속에서 미군 장병들의 목숨을 많이 구했던 충성스러운 군견들을 안락사시켜 버리고 말았다. 군견 덕분에 목숨을 구한 예비역 장병들은 그런 소식을 듣고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나중에 미국 정부는 법규를 고쳐서 군에서 퇴역하는 군견을 장병이 입양해서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훈련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중도에 퇴역하는 군견이나 경찰견을 안락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런 관행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또 한가지 생각해 볼 문제는 제주도에서 성행하고 있는 말고기 식당에 대해서이다. 제주도의 상징으로 조랑말을 복원해서 기르는가 했는데, 이제는 조랑말 고기집이 여기저기에 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소와 돼지를 먹으면서 개와 말을 먹지 못할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하지만 고대부터 개와 말은 항상 인간의 편에서 인간과 함께 역사와 문명을 만들어 왔다. 개와 말은 다른 동물보다 지능이 높을뿐더러 문명발전에서 인간의 편에 서왔기 때문에 서양에선 극한의 경우가 아니면 개와 말을 먹지 않는다. 개와 말을 먹는 것은 우리의 전통이 아니고 단지 부끄러운 습속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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