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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게 패배를 인정하라고 한 WP 칼럼

작성일 : 2011-01-02 00:04조회 : 4,672

진보에게 패배를 인정하라고 한 WP 칼럼

(2011년 1월 2일)

이라크 전쟁과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미국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자 공화당에선 위기감이 돌았다. 그 때 워싱턴포스트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칼럼니스트 조지 윌(George Will)은 “크게 상심할 것이 없다”고 했다. 조지 윌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1976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제랄드 포드 대통령이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았던 지미 카터에서 패배하고 상하원에서 의석을 많이 잃었지만, 1980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보수 전성기’를 열었음을 상기시켰다.

반면 뉴욕타임스의 서평 편집자인 샘 태넌하우스는 2009년에 '보수주의의 종말'(The Death of Conservatism)이란 책까지 펴냈다. 태넌하우스는 오바마의 당선과 더불어서 보수주의는 이제 용도를 다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2010년 중간선거에 공화당과 보수주의는 화려하게 컴백했다. 티파티(Tea Party)라는 풀뿌리 보수운동이 초원의 불처럼 번지더니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2월 30일자 워싱턴포스트에는 ‘진보는 패배를 인정하고 그들의 목표로 돌아가라’(‘Liberals should accept defeat and get back to their goals')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워싱턴포스트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칼럼니스트이자 조지타운 대학 교수인 E. J. 디오네(E. J. Dionne, Jr.)가 쓴 칼럼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담고 있다.

디오네는 2008년 선거로 다 죽어가는 줄 알았던 보수주의는 로널드 레이건이나 조지 W. 부시 보다 더 열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서 2010년 선거에서 진보주의를 패배시켰다면서, 사정에 이렇게 된 데는 오바마 정부 자체의 문제도 크다고 했다. 즉 오바마의 주변 인물들은 자신들이 정치적 대화를 보다 진보적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있다고 과신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금융위기 극복, 의료보험 개혁 등 많은 중요한 일을 했음에도 필요 이상 이런 정책을 진보이념으로 확장시킨 것이 잘못이라고 했다. 즉, 미국의 진보주의는 어디서 떨어진 추상적인 원칙이 아니라 공정성, 정의, 그리고 정(情)을 갖고 정부 문제에 접근하는 것인데, 최근 들 어 진보는 이것을 거품 같은 이념으로 설명하려 해서 실패했다는 것이다.

보수는 이런 중요한 원칙을 많이 말해서 공감을 얻어 낸데 비해 진보는 국민들이 이런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구체적인 정책 프로그램에만 집착해서 불신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디오네는 2010년 선거가 진보에게 과신(過信)의 위험성을 인식시켜 주었을 것이며, 진보는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들이 잊고 있었던 원칙을 다시 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오네가 오마바와 진보진영에게 한 충고는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많은 정책을 ‘이념’을 내세워서 제시하고 설명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는지, 또는 ‘정의, 공정성, 정(情)’ 같은 ‘근본 원칙’를 내세우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c)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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