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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만약 김종인·안대희 사퇴했다면 대선 필패”(시사저널)
작성일 : 2012-10-25 08:24조회 : 3,456
시사저널 2012년 10월 16일자
"만약 김종인·안대희 사퇴했다면 대선 필패”
이상돈 박근혜 후보 캠프 정치쇄신특위 위원 인터뷰
“결국 문재인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쉽지 않은 승부 될 것”
기사 입력시간 [1200호] 2012.10.17 (수) 감명국 기자│정리·윤고현 인턴기자 | kham@sisapress.com
10월8일 밤, 새누리당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쿠데타 전야’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긴박했다. 쇄신 성향의 새누리당 재선 의원들은 저녁 7시에, 박근혜 후보를 포함한 중앙선대위 의장단은 저녁 8시에 각각 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역시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전직 비대위원들의 저녁 9시 긴급 회동이었다. 이들은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모였다. 지난 4월 총선 이전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을 재건하고자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활동한 이들이다. 최근 친박근혜계 일부의 무사안일함과 박후보 주변의 ‘인의 장막’에 대한 이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해 있던 상황이었다. 이날 낮에는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영입에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역시 “이한구 원내대표와 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라며 당무를 거부하고 나섰다. 당 안팎에서는 “이대로 다 끝나는 것이냐”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예상대로 이들은 회동 후 곧바로 이한구 원내대표와 박 후보 비서진들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실상 박후보에게 보내는 “‘김종인·안대희’와 ‘이한구·한광옥’ 중 양자택일하라”라는 통첩이나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의 내분이 본격화되는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박 후보 캠프는 크게 동요했다. 박 후보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결국 이 원내대표를 중앙선대위 의장단에서 물러나게 하고, 한 전 고문을 국민대통합위원장에서 수석부위원장으로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사실상 전 비대위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날 모임과 성명서 등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인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10월11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긴박한 상황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감명국 : 이번 주 내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캠프가 꽤나 시끄러웠다.
이상돈 : 당내에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의 갈등, 안대희 위원장과 한광옥 전 고문의 갈등을 너무들 안일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당내 의사소통이 ‘고장’ 났다고 생각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있었다. 의원들 및 당내 인사들 사이에 불만이 폭발하는 상황이었다. 박 후보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세게 성명서를 발표했고 압박을 했다.
감명국 : 일각에서는 특정인을 지목해서 물러나라는 등, 극단적인 대립 구도로 가는 것이 오히려 조직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는데.
이상돈 : 사실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의 갈등은 몇 달째 된 것이다. 8월 말에 이미 해결되었어야 했다. 언론이나 의총에서도 이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오랫동안 곪았던 것이다. 안대희 위원장도 지난 10월8일 기자회견 전 아침까지 사퇴 여부를 고민했다고 했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감명국 :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원내대표나 한 전 고문이 완전히 퇴진한 것은 아닌 모양새가 되었다. 아직 갈등 소지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돈 : 어느 정도 봉합되었다. 이 원내대표의 경우 원내 업무만 충실히 하기로 했기 때문에 캠프 영향력은 확실히 떨어졌다. 원내에서도 경제 민주화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떼기로 했다. 안위원장도 한 전 고문과 같이 회의석상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한 것이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감명국 :박 후보의 입장에서는 요구한다고 다 들어주면 한없이 밀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처음에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이상돈 : 박 후보가 상황의 심각성을 잘 몰랐다. 누구를 통해서 듣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결국 ‘문고리 권력’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감명국 : 민주당도 마찬가지이지만, 결국 쇄신이 우선이냐, 통합이 우선이냐 하는 논란 같은데.
이상돈 :나는 쇄신이 먼저라고 본다. 쇄신 없이는 큰 정당도 다 무너진다. 우리가 총선을 통해 간신히 제1당은 유지했지만, 대선을 치르기 위한 인적 확보는 못 했다는 만시지탄이 있다.
감명국 : 선거를 많이 경험해본 정치인들은 선거 득표 전략에는 통합이 중요하다고도 한다.
이상돈 :그렇게도 볼 수 있지만 이 판국에서 김종인·안대희 다 빠져나가면 선거 못 치른다. 이번 선거는 중간층과 부동층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 그 층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은 김종인과 안대희이다. (선거를 위해서는 통합이 더 중요하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시대정신을 모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감명국 : 가정이지만, 만약 김위원장이나 안위원장이 사퇴를 했다면?
이상돈 : 마차에서 바퀴가 한 개가 빠지나 두 개가 빠지나 주저앉는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와해되는 것이다. 그만큼 (두 사람은) 좋은 카드이다. 다른 사람이 메울 수 없는 이미지가 있다. 솔직히 박 후보가 가운데 서 있고 양 옆에 김 위원장, 안 위원장 이 세 사람이 있는 그림이 제일 좋다. 그런데 그것을 견제하는 세력이 있었고, 그것을 잘 몰랐던 것이다.
감명국 : 가장 궁극적인 문제로 박 후보 스스로가 바뀌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상돈 : 박 후보가 비대위 시절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회의했다. 회의에서 토론과 찬반 논쟁도 했다. 회의가 끝나고도 계속 의견을 나눴다. 그런데 총선이 끝나고 경선 때부터, 경선의 목적은 매우 단순하니 다시 필요한 사람끼리 회의하는 시스템으로 굴러갔다. 또 하나는 박 후보가 두 선거(총선과 경선)에서 너무 크게 성공했다. 어찌 보면 그것이 독이었다. 좀 조심했어야 했다.
감명국 : 이 위원의 경우, 지난해 12월 비대위원으로 참여한 이후 현재까지 10개월째 박후보와 같이하고 있는데, 박 후보와의 소통은 원활한 편인가?
이상돈 : 회의를 통해서 의견을 나누고, 또 필요할 때는 박 후보 본인이 전화를 한다. 솔직히 대선 캠프가 만들어진 이후 조직이 너무 커지면서 기존의 그것(제한된 의사소통 채널)으로 간 것이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확 느낀 적이 있었다. 그것이 결국 이번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감명국 : 이대로 12월 대선으로 가면 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나?
이상돈 : 이제는 위기감이 아니라 절박감이 있다. 꼭 이겨야 한다는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당의 일, 후보의 일을 자기 일로 여기는 당내 인사가 많아져야 한다. 소외된 인사들은 (너희들끼리) 잘해봐라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감명국 : 박 후보의 ‘비서진 4인방’ 문제를 거론했는데, 실제 심각하다고 느낀 것인가?
이상돈 : 우리 측 의원들이나 당내 인사들은 다 느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것을 못 했던 것이다. 그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박 후보와의 대화 장벽이 있다. 지난 총선 때의 지원 유세 때도 “일정을 도대체 누가 짰느냐” 하는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문고리 권력’이 횡행했다. 김세연 의원 등 소장파들 사이에서는 “이것을 터뜨리지 않고서는 못 간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감명국 : 얼마 전 “누군가 박 후보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다”라고 한 비판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인가?
이상돈 : 인혁당 사건에 대한 평가가 대표적이다.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 얼마나 중요한가? 이는 총체적으로 주변 참모들 책임이다. 그 때문에 후보 본인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설령 실수였다 하더라도 재빨리 정정해야 한다. 그런 시스템이 없으니 문제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감명국 :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이상돈 : 박 후보가 이제는 김종인·안대희 위원장, 김무성 본부장 등과 함께 정례 회의를 하기로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 최고위원들과 연석회의도 자주한다고 한다.
감명국 : 이 위원은 한때 김무성 본부장에 대해서도 다소 비판적이었는데?
이상돈 : 의원들 사이에서 “이제는 방법이 없다”라고 얘기하더라. 지금의 흐트러진 조직과 체계를 추스를 수 있는 사람은 김무성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선거 때까지 말조심만 좀 했으면 좋겠다.(웃음)
감명국 :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번 대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상돈 : 새누리당에서는 3자 구도로 가면 이길 수 있다는 것 같은데, 만약 안대희·김종인 위원장 다 나갔으면 3자 구도라도 졌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은 아니니까…. 내 개인적 견해로는 결국 야권 후보 단일화는 될 것이고, 그 주인공은 문재인 후보일 것이다. 솔직히 단일화되면 (우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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