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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힐 스트리트 블루스'
작성일 : 2021-01-02 09:05조회 : 27


'힐 스트리트 블루스'

'힐 스트리트 블루스'(Hill Street Blues)라는 TV 시리즈가 있었다. 1981년부터 1987년까지 NBC가 방송했던 경찰 드라마(police drama)로, 에미상(償) 등 수상을 많이 한 TV 연속물이었다. 나는 그 프로를 미국 유학중에 보았고, 귀국해서도 한동안 미군 방송 AFKN에 나와서 즐겨 보았다. 1983~84년에 서울대에 출강해서 법학개론을 가르칠 때 미국의 공공변호사(public defender)를 설명하면서 이 드라마의 주연 여배우를 예로 들었는데, 나처럼 AFKN에서 그것을 보던 학생들이 꽤 있었다.

미국에는 경찰 영화. 경찰 드라마가 많고도 많다. 특히 1960~70년대는 미국에 범죄가 많았을 뿐 더러 미국 대법원이 형사피의자의 권리를 확장시키는 판결을 내려서 미국 경찰은 범죄인의 인권을 챙겨가면서 범죄에 대처해야만 했다. 경찰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타일이 많았는데, 그런 경찰은 어디까지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경찰, 특히 흑인/히스패닉이 많은  도심 지역의 경찰은 근무환경은 열악하고 위험하며, 순찰 수사 등 일은 많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힐 스트리트 블루스’는 70년대 말~80년대 초 미국 대도시의 범죄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경찰서의 일상적인 모습을 다루어서, 평론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힐 스트리트 경찰서(Hill Street Precinct)는 미국 어떤 도시에 위치한, 흑인과 히스패닉 인구가 90%나 되어 범죄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세트 촬영은 LA의 스튜디오에서 했지만 이따금 실제 도시 모습이 나오는데, 외부 촬영은 시카고에서 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TV 영화는 뉴욕이나 LA 같은 지역을 실제 무대로 하는데, ‘힐 스트리트 블루스’는 LA, 피츠버그, 시카고를 섞어서 만든 가상(假想)의 도시를 무대로 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감독인 스티븐 보츠코(Steven Bochco :1943~ )는 피츠버그 출신으로, 피츠버그의 힐 디스트릭(Hill District)에 착안해서 힐 스트리트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스티븐 보츠코는 1990년대 말부터 2005년까지 ABC가 방송한 'NYPD Blue'도 감독을 했다. 

‘힐 스트리트 블루스’는 오전 7시 직전에 정복 경찰과 형사들이 경찰서 브리핑 룸에 모여서 나이 많은 경사(警査 :Sgt.)의 일일 브리핑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이 지긋한 경사는 순찰을 나가는 경찰관들에게 “밖에서 조심들 하라구”(“Let's be careful out there.")라고 당부하면서 7시 브리핑을 끝낸다.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고 거리로 나가고, 경찰서에선 매일매일 별의별 일이 벌어진다. 흑인과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서 경찰관도 흑인과 히스패닉 등 다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의자들이 잡혀 와서 경찰서가 시끄럽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이 찾아와서 항의하기도 한다. 밤에 도로에 세워놓은 SWAT 차량의 타이어와 범퍼가 뜯겨 나가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생긴다.

순찰 중 여자 경찰관이 총을 든 범죄자와 대치하기도 하는데, 두려움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권총을 겨누는 모습이 나온다. 정신이 나간 사람이 경찰서에 들어와서 별안간 총을 꺼내자 난리가 나고 결국 경찰관이 사살하는데, 총을 쏜 경찰관이 자기가 사람을 죽였음을 알고 넘어져서 흐느끼고 동료 경찰관이 껴안고 위로를 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와는 사뭇 다른 장면이다. 

‘힐 스트리트 블루스’의 주연은 경찰서 서장인 프랑크 퍼릴로 경감(警監 : Captain)으로 나오는 다니엘 트라반티(Daniel Travanati :1940~ )와 그 경찰서를 담당하는 공공변호사(public defender) 조이스 데븐포트로 나오는 베로니카 해멀(Veronica Hamel :1943~ )이다. 매일 매일 어려운 문제가 생기고 다양한 성격의 경찰관과 형사들을 관리해야 하는 퍼릴로 경감은 이따금 들르는 경찰국장과 검사와 만나면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하는 피곤한 나날을 보내기 마련이다. 미모의 공공변호사 데븐포트는 체포되어 온 피의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면서 경찰서에 나와서 온갖 일을 간섭하는데, 이 역시 퍼릴로 경감한테는 짜증이 나는 일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그의 이혼한 전처가 이따금 경찰서에 나타나서 양육비가 어떻고 하니까 퍼릴로 경감은 더욱 더 죽을 맛이다. 그런데, 피곤한 하루 일과가 끝나면 조금은 색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다. 낮에 경찰서에서 형사절차를 두고 다투었던 데븐포트 변호사와 퍼릴로 경감은 연인 사이였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밤이 찾아오자 퍼릴로 경감과 데븐포트 변호사가 베드에서 껴안고 불을 끄는 장면으로 한 에피소드가 끝난다.
 
‘힐 스트리트 블루스’가 호평을 받은 이유는 미국 경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렸기 때문이다. 범죄가 많은 도시의 경찰서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과 일상사를 리얼하게 그려 낸 것이다. 주연을 맡은 다니엘 트라반티와 베로니카 해멀은 그 후 크게 성공한 역할을 맡지 못했고, 나도 이들이 나온 영화는 다시 보지 못했다. 베로니카 해멀은 광고 모델 출신으로 대단한 미인이었는데, 그 후에 큰 활동을 하지 못했다. 1980년대 초, 어둠이 깔리면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아련하게 들리는 범죄가 많은 도시에서 공부하던 나는 ‘힐 스트리트 블루스’를 정말 즐겨 보았다. 그 시절에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댈러스(Dallas)와 달리 이런 드라마는 연속극이 아니고 매번 완결되는 단막극이기 때문에 이번 주에 못보고 다음 주에 보아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사실 유학 기간 중 TV 연속물로 본 프로는 ‘힐 스트리트 블루스’가 유일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요즘의 영화보다는 이런 영화, 이런 드라마가 훨씬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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