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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루이지애나 결선투표
작성일 : 2021-01-28 16:44조회 : 1,541
루이지애나 결선투표
루이지애나는 남북전쟁 후 계속 민주당이 주지사, 상원의원 하원의원을 배출해 왔다. 따라서 민주당 예비선거가 곧 본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 후보는 예비선거로 돈도 많이 쓰고 기력을 소진한 후에 공화당 후보와 마주 붙는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 들어서 남부에서 공화당 세력이 점차 늘어나자 루이지애나의 민주당은 이런 선거가 자기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1975년, 당시 주지사이던 에드윈 에드워즈(Edwin Edwards : 1927~ )가 주도해서 루이지애나 주의회는 선거법을 개정해서 독특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서 1977년부터 시행하게 됐다.
새로운 루이지애나 선거법은 11월 초 선거가 있기 한 달 전에 프라이머리를 하는데, 모든 정당과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완전개방형이고 한 정당에서 복수 후보가 나올 수 있으며, 예비선거에서 유효투표의 50%를 넘게 득표한 후보는 그대로 당선자가 되고, 50% 득표자가 없으면 고득표자 2명이 11월 초 결선투표에 나가서 당선자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독특한 프라이머리를 도입한 의도는 민주당 후보 2명이 결선투표에 나가게 될 것이란 계산이었다.
그러나 1979년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는 이런 계산대로 되지 않았다. 1979년 10월 말에 열린 프라이머리에서 공화당은 하원의원인 데이브 트린(Dave Treen : 1928~2009) 혼자 출마했으나, 민주당은 루이스 램버트 등 고만고만한 후보 5명 등 총 7명이 출하했다. 트린은 21.79%를 얻어서 1등을 했고, 민주당의 램버트는 20.74%, 피츠모리스는 20.56%, 그리고 나머지 민주당 후보 3명은 16% 내지 9%을 얻었다. 12월 초에 열린 결선투표에서 트린은 50.35%, 램버트는 49.65%를 얻어서 데이브 트린이 당선됐다. 이에 따라 데이브 트린은 루이지애나 최초의 공화당 하원의원에 이어서 루이지애나 주 최초의 공화당 주지사가 되었다. 나는 미국 유학 첫 학기에 뉴올리언스에서 이 이상한 선거를 보았다. 데이브 트린은 내가 다닌 튤레인 대학에서 학부와 로스쿨을 나온 성공적인 변호사였고, 루이지애나 민주당이 워낙 부패해서 최초의 공화당 주지사로서 기대를 많아 받았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20%를 약간 넘긴 트린이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데는 램버트에 반대하는 민주당 후보들과 어떤 결탁을 했을 것이다.
1983년 주지사 선거에서는 1972년부터 1980년까지 주지사를 지낸 에드윈 에드워즈가 민주당 단독 후보로 출마하고 현직 지사인 데이브 트린이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는데, 프라이머리에서 에드워즈가 62%를 얻어서 결선투표 없이 당선됐다. 에드윈 에드워즈는 그의 세 번째 임기 중 연방검사에 의해 부패 혐의로 기소되는 등 임기 내내 말썽이 많았다. 1987년 주지사 선거 프라이머리에선 개혁을 내세운 민주당 버디 로머가 1위, 에드윈 에드워즈가 2위, 공화당 하원의원 밥 리빙스톤이 3위를 했다. 결선투표에서 버디 로머가 당선될 것이 분명해지자 에드워즈는 결선투표를 포기해서 로머가 주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나 주지사 4년 임기 동안 에드워즈가 이끄는 민주당 세력 때문에 로머는 아무런 일을 못했고, 1991년 주지사 선거가 다가오자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꾸었다. 이렇게 해서 유명한 1991년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를 하게 됐다.
1991년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 : “사기꾼을 찍어!”
데이비드 듀크(David Duke : 1950~ )는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을 다닐 때부터 백인우월주의를 주창했고 비밀리에 KKK 간부를 지내면서 활동을 했는데, 1989년 뉴올리언스 교외의 백인 지역에서 공화당 후보로 주 하원의원으로 당선이 됐다. 1990년에는 어차피 다른 공화당 후보가 없는 상원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서 이름을 알렸다. 이런 데이비드 듀크가 1991년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서 파란을 일으켰다.
1991년 10월에 열린 루이지애나 주지사 프라이머리는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공화당으로 당적으로 옮긴 현직 주지사 버디 로머(Buddy Roemer : 1943~ )와 다시 주지사로 복귀하려는 에드윈 에드워즈 간의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에드워즈가 33.76%, 데이비드 듀크가 31.71%, 그리고 버디 로머가 25.51%를 얻었다. 따라서 상식적인 유권자들이 지지한 버디 로머는 탈락하고 에드워즈와 듀크가 결선투표에 나가게 된 것이다. 이제 루이지애나 유권자들은 부패한 민주당 후보 에드워즈를 뽑느냐, 나치즘을 찬양하는 KKK 간부 출신 인종주의자인 공화당 후보 듀크를 뽑느냐는 기로에 선 것이다.
공화당 자체가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에 당황하게 돼버렸다. 공화당 지도부에게는 듀크가 공화당 후보라는 것 자체가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이례적으로 조지 H.W.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데이비드 듀크는 공직에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같으면 부시 대통령은 탄핵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당한 것도, 정치에 개입하는 이런 언급 때문이었다.)
그 때 루이지애나에선 “사기꾼을 찍어. 이건 중요해”(Vote for the Crook. It's Important)라는 문구를 단 자동차 스티커가 유행하기도 했다. 도대체 찍을 놈이 없다는 자조적 의미인데, 뉴욕타임스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구절이 됐다. 그 선거를 취재한 TV 뉴스가 모두 이 유명한 카 스티커 문구를 소개했다. 여하튼 그 해 11월 결선투표에서 에드워즈가 61.17%, 그리고 듀크가 38,83%를 얻어서 ‘사기꾼’ 에드워즈가 또 주지사가 됐다. 스티커가 호소한 대로 되고 만 것이다. 특히 흑인 유권자들은 기꺼이 사기꾼을 지지했다.
그런데, 사실은 에드워즈를 지지하는 루이지애나 토착 부패세력이 1차 투표에서 로머를 탈락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듀크를 찍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결선투표에서 로머가 아닌 듀크와 붙어야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결선투표는 이처럼 선거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에드윈 에드워즈는 1992~96년간 그의 네 번째 임기 중에 카지노를 허가하는 등 이권과 관련된 일을 많이 했다. 임기가 끝난 후는 그는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되어 뇌물 횡령 등으로 장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11년까지 연방교도소에서 복역했다. 루이지애나 출신이지만 하버드를 나온 버디 로머는 1995년에 주지사 선거에 다시 도전했으나 실패하고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데이비드 듀크는 그 후 탈세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2016년 대선 때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다.
(추가 : 2016년 대선에서도 많은 미국인들이 비호감 좌파인 힐러리 보다 사기꾼 트럼프를 뽑았다 !!)
사진 왼쪽은 에드워즈, 오른 쪽은 듀크, 유명한 차 스티커는 콜렉터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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