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공임대 아파트

작성일 : 2021-06-23 07:43조회 : 1,463

공공임대 아파트

민주당이 종부세를 완화하기로 했다. 종부세 완화에 앞장선 민주당 의원은 내가 사는 분당(을)이 지역구인 김병욱 의원이다. 분당 집값은 2008년에 최고점을 찍고 그 후 하염없이 떨어져서 2013~14년에 고점(高點)에 대비해서 반 토막이 났다. 그러다가 현 정부 들어서 제법 올랐는데, 아직도 10여 년 전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영원히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10여 년 전에 산 가격을 간신히(?) 회복해 가는데 세금 폭탄을 맞게 된 주민들이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오리지널 분당은 아파트가 오래되어서 낡았지만, 공공임대아파트는 없다. 새 분당인 판교는 사정이 다르다. (판교는 분당 갑 지역구로 김병욱 의원과 관계가 없다.) 판교의 새 민간아파트는 현 정부 들어서 집값이 폭등을 했다. 그런 판교는 가구의 절반이 휴먼시아 임대 아파트이다. 휴먼시아는 10년이 지나서 분양 전환을 하게 되어 있는데, 판교 집값이 폭등해서 분양전환을 앞둔 주민들이 분양가 산정을 두고 거세게 항의해서 큰 파문이 일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판교에 임대아파트를 많이 짓게 한 것이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나빴다고 생각한다. 10년 장기 임대 아파트를 짓기 보다는 장기 저리 융자로 아파트를 살 수 있도록 해주었어야 했다. 장기임대 아파트에 들어 산 사람들은 융자를 받아서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고 모두 땅을 치고 후회한다. 의도가 좋은 정책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임대아파트가 없는 오리지널 분당과 달리 판교는 집값이 폭등한 민간아파트에 사는 주민과 휴먼시아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 사이에 ‘계층선’(class line)이 있다. 그것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미국도 한동안 공공임대 아파트를 거대한 단지로 조성했다. 하지만 그 실험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임대 아파트 단지 곳곳이 거대한 게토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런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그 대신 미국은 ‘Affordable Housing’이란 명칭으로, 임대료 일부를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보조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맨해튼에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그 유명한 고층 임대 아파트에도 이런 룰은 적용된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상업적 임대 아파트가 많다. 그래서 어떤 사업자가 300 가구가 사는 임대아파트를 건설한다면 그 중 10% 정도를 'affordable housing'으로 할애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낸다. 이렇게 할당된 아파트는 그 지역 평균 소득에 비해서 소득이 없는 가구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도록 하고, 그 차액을 연방정부나 지방정부가 보조를 한다. 이렇게 되면 그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누가 그런 정부 보조를 받는 주민인가를 알지 못한다. 그렇게 보조를 하는 금액, 보조를 받는 기간 등은 지방정부 마다 다르다. 이처럼 지방정부는 임대료를 보조할 뿐이지 임대주택을 소유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공공부분이 집을 소유하고 관리하면 그것은 망가지고 말기 때문이다.) 미국이 거대한 공공임대 단지 정책을 포기하고 이런 유연한 제도를 택하게 된 배경을 우리가 참조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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