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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존 폴 밴 (John Paul Vann 1924~1972)
작성일 : 2021-09-28 20:24조회 : 1,913
존 폴 밴 (John Paul Vann 1924~1972)
닐 쉬한(Neil Sheehan)의 책 <밝고 빛나는 거짓말>(A Bright Shining Lie)로 널리 알려진 존 폴 밴(John Paul Vann 1924~1972)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존 폴 밴은 1924년 버지니아 노포크에서 파트타임으로 매춘을 하던 어머니한테서 태어난 혼외자이고 몇 년 후 모친이 결혼한 남자의 성(姓) 밴을 갖게 됐다. 고교를 졸업하고 2년제 대학을 다니던 중 2차 대전이 일어나자 그는 육군 항공학교에 입학해서 조종사 훈련을 받고 소위로 임관됐다. 전쟁이 끝나서 참전은 하지 못했고, 전후에 럿거스 대학을 다녔다.
육군 항공단이 공군으로 분리하게 되자 밴은 그대로 육군에 남기로 해서 보병 장교가 됐다. 한국과 일본에 배치되어 있다가 6.25 전쟁이 발발하자 25사단과 8 레인저 부대 중대장으로 부산 방어전에서 싸웠다. 한국전쟁 휴전 후 소령이 된 그는 시라큐스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하고 중령으로 진급했다.
1962년 3월, 그는 미 군사지원단 소속으로 사이공에 배속되서 월남 정부군 고문관으로 전투에 참가했다. 그 때 밴은 월남정부군이 무능하고 부패했으며 전과(戰果)를 과장하고 민간인을 무차별 포격함을 알게 돼서 월남군 지휘관과 다투게 된다. 그는 공중 폭격은 민간인 희생이 많아서 주민들이 오히려 베트콩에 동조하게 된다면서 미군의 무차별 폭격에 반대했다. 그는 사이공의 미군 지휘부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거짓말 보고를 본국에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밴은 이런 문제점을 주월 미군 사령관 하킨스 장군에게 보고했으나 묵살됐다. 그러자 밴은 데이비드 핼버스탬, 닐 쉬한 등 사이공에 와 있던 미국 기자들에게 이야기해서 본국 언론에 미군의 전쟁 정책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게 됐다. 그러자 1963년 4월, 하킨스 장군은 밴을 본국으로 전출시켜 버렸다. 본국으로 돌아 온 밴은 베트남에서의 미군 전략을 비판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한 보고서를 만들어서 상부에 올렸다. CIA 사이공 지국장이던 랜스데일 장군은 밴을 지지했으나 합참 지휘부는 그의 리포트를 묵살해 버렸다. 실망한 밴은 그해 7월 전역했다.
민간인으로 돌아 온 밴은 베트남을 그리워해서 1965년에 미국 대외개발처(AID) 요원으로 다시 사이공으로 돌아왔다. 당시 미군은 월남 정부군에 군수지원을 담당할 민간 참모를 배치했는데, 밴은 미 제3군 휘하 월남군 부대를 담당하게 됐다. 1968년 초 미군 정보당국은 북베트남 군의 이상 동향을 파악하는데, 밴은 북베트남군이 사이공을 공격할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주월 미군 사령관 웨스트모얼랜드 대장은 이를 믿지 않았다. 다행히 프레드 와이언드 중장이 미군 몇 개 대대를 사이공 외곽에 배치한 덕분에 미군은 사이공을 공격한 북베트남 군의 구정(舊正) 대공세를 물리칠 수 있었다.
새로 부임한 크레이튼 에이브람스 사령관은 밴의 식견을 높이 사서 그로 하여금 월남 정부군을 지원하면서 휘하에 미군 병력을 지휘하도록 소장 급 권한을 부여했다. 미군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민간인이 사단장 급으로 미군과 월남정부군을 지휘하게 된 것이다. 베트남과 적군을 잘 아는 그의 식견은 빛나는 성과를 가져왔다. 1972년 북베트남군의 부활절 대공세 때 밴은 중부 지역 콘툼으로 적군이 몰려 올 것으로 보고 적군을 유도해서 섬멸하고자 했다. 북베트남 군 3개 사단의 공세로 월남 정부군 22사단이 흔들리자 밴은 직접 지휘에 나서 전열을 가다듬었고, 적군이 근접하기를 기다려서 공군 B-52 폭격으로 북베트남 군 3개 사단을 궤멸시켜 버렸다. 콘툼 전투는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하기 직전에 거둔 소중한 승리였다. 전투가 마무리 되고 난 후 6월 9일 밤에 밴은 그가 즐겨 타던 헬기 편으로 이동 중 악천후로 헬기가 추락해서 사망했다.
1주일 후 알링턴 국립묘지에 밴은 안장됐고, 닉슨 대통령은 민간인 최고 훈장인 자유메달을 수여했다. 알링턴 영결식에는 웨스트모얼랜드 장군 등 군 지휘관은 물론이고 그가 사이공에서 가까이 지냈던 데이비드 핼버스탬, 닐 쉬한 등 기자들도 참석했다. 밴은 여자관계가 복잡해서 베트남에 있을 때 두 명의 여자와 동거했고 부인과는 이혼했으며 자식들과 사이도 좋지 않았다. 닐 쉬한은 밴을 아는 거의 모든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해서 책을 썼다. 이혼한 부인 매리는 알링턴 영결식에는 참석했으나 쉬한의 책은 끝내 읽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쉬한은 초임 기자 시절에 사이공에서 알았던 밴에 대한 책을 완성하는데 16년이나 걸렸다. 쉬한은 “밴은 자신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죽었다”고 술회했다.
- 사진은 중령 시절의 존 폴 밴, 그리고 영화 <Bright Shining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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