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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바마는 왜 아프간 전쟁을 ?
작성일 : 2021-10-07 07:47조회 : 1,538
오바마는 왜 아프간 전쟁을 ?
아프간 전쟁에 대한 솔직한 사후평가를 다룬 정부 보고서를 기반으로 워싱턴 포스트가 펴낸 <The Afghanistan Papers>를 흥미있게 읽었다. 책은 미국이 아프간 전쟁에서 시종일관 전략적 목표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도무지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가 존재하고 있는지 그 자체가 의문이었다. 미국은 파슈튼 부족 출신이란 이유로 카르자이를 대통령으로 내세웠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각 부족이 각 지역을 지배하는 나라였고, 그런 나라에 민주 정부를 세운다는 발상 자체가 환상이었다. 9.11 후 미국은 소수의 특수부대와 공군력을 동원해서 북부 동맹과 함께 카불을 함락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로써 미국은 완전히 파탄이 난, 구제할 수도 관리할 수도 없는 나라를 인수한 꼴이었다. 군사 개입을 할 때는 출구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아프간 전쟁에 있어서 내가 제일 궁금한 부분은 왜, 그리고 어떻게 오바마가 임기 초에 미군 병력을 증파(Troop Surge)해서 무의미한 전쟁을 10년이나 연장시켰나는 것이다. 부시 정부는 2기 임기 동안 이라크 전쟁에 몰두했기 때문에 아프간 전쟁에는 관심을 둘 수 없었다. 보다 많은 전투부대를 이라크에 투입해야 했던 부시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는 주 방위군 예비역을 소집해서 파견했다. 초기에 미군의 공격으로 파키스탄으로 패퇴했던 알카에다와 탈레반은 2007~08년 들어서 다시 미군을 맹렬하게 공격했다.
2008년 가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나토군 사령관 데이비드 맥키어넌(David D. McKiernan 1950~ ) 대장과 동부 아프가니스탄 사령관 제프리 슐로서 소장은 미군이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기자들에게 밝힌 바 있다. 특히 맥키어넌 대장은 탈레반이 승리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군도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지 지휘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솔직한 발언이었다.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는 로버츠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켰다. 그리고 게이츠 장관은 맥키어넌 대장을 해임하고 후임으로 특수전부대 출신인 스탠리 맥크리스탈 중장을 대장으로 승진시켜서 임명했다. 맥키어넌 대장은 아프간 전쟁에 대해 회의적 의견을 개진한 덕분에 사령관 직에서 해임된 것이다. 그 후 아프간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지휘관들은 전쟁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스탠리 맥크리스탈(Stanley McChrystal 1954~ ) 대장은 중부군 사령관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David Petraeus 1952~ ) 대장과 함께 이라크 전쟁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지휘관이었는데, 두 사람은 모두 아프간에 대한 병력 증파를 요구했다.
하지만 아프간 전쟁이 승리할 수 없으며 병력 증강으로 사태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본 사람도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리차드 홀부르크( Richard Holbrooke 1941~Dec. 13, 2010)를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임대사로 임명했는데, 홀부르크는 스탠리 맥크리스탈 대장의 병력 증파 요청에 반대했다. 홀부르크는 아프간 전쟁이 목적도 전략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드려지지 않았고, 실의에 빠진 그는 2010년 12월 급환으로 사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칼 아이켄베리(Karl Eikenberry 1951~ )를 아프가니스탄 주재 대사로 임명했다. 웨스트포인트를 나온 아이켄베리는 하버드와 스탠포드에서 아시아 문제를 공부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오래 근무했고 중장으로 진급한 후 아프간 주재 연합군 사령부에서 아프간 군과 경찰을 훈련시켜 미군 철수 후에 대비하는 역할을 했다. 맥크리스탈 장군이 병력 증강을 요청하자 아이켄베리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밀서신을 보내서 스탠리 맥크리스탈의 구상이 비현실적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오마마는 아이켄베리 대사의 권고를 듣지 않았다.
2009년 12월, 오바마 대통령은 웨스트포인트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병력 30,000명을 증파하겠다고 연설을 했다. 그러면서 오바마는 2년 후에 미군의 대부분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맥크리스탈 대장은 휘하에 미군 100,000명과 나토군 50,000명을 지휘하게 됐지만 아프간 상황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2010년 8월 롤링스톤 지와의 인터뷰에서 맥크리스탈 장군은 아프간 전쟁에 비판적인 조 바이든, 칼 아이켄베리, 리차드 홀부르크를 비웃고 오바마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서 경질된 후 전역했다. 오바마는 철군 약속을 지킬 수 없었고, 아프간 전쟁을 완전한 낭비로 보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고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던 탈레반들을 석방하고 도하에서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었다. 사실상 아프가니스탄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정리해 보자면, 아프간 전쟁에 대해선 리차드 홀부르크와 현지 지휘관을 지낸 데이비드 맥키어넌과 칼 아이켄베리가 옳았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철군(撤軍)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철군을 이야기하는 정치인은 유약하고 패배주의적으로 보이며, 유권자는 유약해 보이는 후보를 찍지 않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도 그러했다.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힐러리는 약해 보여서는 안됐기 때문에 테러와의 전쟁에 강경한 목소리를 냈고, 힐러리를 예비선거에서 이겨야 했던 오바마는 자신의 테러와의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이라고 큰 소리를 쳤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미국이 아프간 수렁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시기는 오바마 정부 초기였는데, 정반대의 길을 가고 말았다.
-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는 아이켄베리 대사와 맥크리스탈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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