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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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월 동강댐
작성일 : 2024-05-31 20:52조회 : 169


영월 동강댐

오늘(5월 31일) 조선일보에 한삼희 전 논설위원이 쓴 칼럼 ‘그때 영월 동강댐을 지었더라면’이 실렸다. 김대중 대통령이 결단해서 세우지 않기로 한 영월 동강댐을 세웠더리면 용인 반도체 공장 신설도 더 쉬웠을 것이라는 논조다. 그런 주장도 일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본인과 본인이 속해 있던 조선일보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었고 어떤 기사를 썼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동강댐 문제는 영월은 물론이고 서울 아산병원이 잠기고 제방 붕괴로 지금은 일산이 된 고양군이 잠겼던 1990년 대홍수 때문에 논의가 시작됐다. 오래 전부터 댐 적지(適地)라고 평가되어 온 곳이라서 댐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가 진행되던 중 동강댐이 생기면 백룡동굴이 수몰되고 아름다운 경관도 사라지면 정선 아리랑의 고향인 아우라지도 없어진다는 등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말에 이 문제를 결정하지 않고 다음 정부로 넘겼다.

경제위기 속에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급한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2000년 여름 동강댐 건설계획을 중단시켰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제 물 정책은 건설이 아니라 관리로서 대처한다면서 수자원 등 물 관련 학자와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한 <수자원 2000>프로젝트를 3년간 진행했다. (그 때 나도 수자원 관리와 수리권(water right) 연구 부분에 참여한 바 있었다.) 이 연구 사업에 참여했던 교수와 연구원 중 상당수가 4대강 사업에 참여해서 내가 그것을 두고 ‘자기 영혼을 팔아먹는 파우스트 같은 인간들’이리고 비난한 적이 있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찾아보면 알 것이다.

1996년에서 1999년에 이르는 동강댐 논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신문을 뽑으라면 단연 조선일보다.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에서 환경팀장을 했던 한삼희는 시화호 오염, 새만금 사업 논란 등 중요한 환경사안에 대해 심층 기사를 많이 썼다. 조선일보는 한 주일에 한번 씩 전면 지면을 한삼희 팀장에게 주었다. 그 즈음 조선일보 사설에 나온 환경, 물관리, 자연보호 등에 관한 사설은 대부분 내가 쓴 것이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사설은 1997년 여름에 김대중 당시 후보가 “그린벨트는 박정희가 만든 비민주적 제도”라고 어느 장소에서 발언한 것을 비판한 ‘DJ의 反그린벨트論’이다. 그 사설이 나오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 똑같은 논조로 성명을 발표해서 나는 속으로 웃었다.

1998년으로 기억되는데, 한삼희가 책임지는 환경지면에 동강댐 전면기사가 나왔다. 칼라 사진까지 곁들인 탁월한 기사였다. 아마도 동강댐 포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기사는 이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듣기에, 이 기사 덕분에 동강에 래프팅을 하러가는 사람들이 확 늘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강에 가서 래프팅을 하게 되니까 댐 건설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의 결정은 이미 불가능하게 된 사안을 확인한 것이다. 나도 물론 동강을 가보았다. 한번은 이제는 고인이 된 환경운동가 차준엽과 같이 부근을 둘러보았다. 동강에 래프팅이 한창 성행할 적에 조선일보 논설위원들이 함께 가서 래프팅을 즐긴 적도 있다.

동강댐과 남한강에 대해서 사설도 몇 번 쓴 적이 있는데, 사설보다는 1998년 7월 18일자 <만물상> 칼럼이 기억에 남는다. 그 때 1면 하단에 실리는 <만물상>은 가독성이 무척 높았다. 논설실에서 책임지는 지면이며 글 쓴 기자 이름(바이라인)이 없고, 당시에는 제목도 없었다. 지금 인터넷에 올라 있는 제목은 나중에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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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98년 7월 18일자

[만물상] 수몰될 아리랑
    (입력 1998.07.17. 19:03)

- 아라리로 유명한 강원도 정선은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에는
이곳 울창한 산의 소나무를 베어 뗏목을 만들었다. 뗏목은 동강과 남한
강을 거쳐 서울에 닿아 건축재로 쓰였다. 정선 뗏목을 몰던 떼꾼들을
통해 아라리 가락이 널리 퍼졌다.
- 떼꾼들의 애환이 담긴 동강은 아우라지에서 시작해 남한강으로 합류
하는데 주위 경관이 중국 계림 못지않다. 동강이 흘러가는 계곡은 원시
의 아름다움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그런 동강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래프팅이 제격이다. 동강 래프팅은 금년여름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머
지않아 댐이 생겨 수몰되기 때문이다.
- 동강 일대는 동굴이 많아 댐을 쌓으면 위험하다는 반대론도 있건만
댐 건설은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댐이 생기면 유람선을 타고 동강 계
곡을 더 잘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 사북-고한 폐광지역
이 카지노 리조트로 개발되면 동강 유람이 관광코스가 될 것이라고도
한다.
- 60년대 미국 그랜드 캐년에 댐을 세우려 할 때도 그런 주장이 있었
다. 그러나 성당의 천장 그림을 보기 위해 성당에 물을 채우고 보트를
띄우는 격이라고 환경론자들이 반발하자, 댐 건설은 무산돼버렸다. 물
에 반쯤 잠긴 동강 계곡을 유람선에서 보자는 주장도 똑같이 어리석은
이야기다.
- 물 부족과 홍수에 대비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을
것이다. 또 어느 고장이건 수몰돼 마땅한 곳이 있겠냐마는 동강 수몰은
한번 짚어볼 일이다. 아리랑의 요람이고 한국의 그랜드 캐년이기에 더
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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