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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언론중재 제도 유감
작성일 : 2021-09-02 15:20조회 : 68


언론중재 제도 유감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많이 시끄럽다. 우리나라의 ‘언론중재’는 태어나서는 안 되었던 제도다. 그것은 5공 초에 언론을 옥죄기 위한 법률인 ‘언론기본법’에 처음 도입됐다. 나는 이 법 자체 발상을 싫어해서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조교수 시절에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언론중재’가 부탁을 해서 미국 언론 판례를 소개하는 기고를 한번 한 적이 있다.

‘언론기본법’은 황당한 법률이었다. 위법 표현물을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할 수 있도록 했고, 취재원 보호도 극히 제한되도록 해서 언론자유를 옥죄었다. 언론중재위원회를 설치해서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정정보도롤 청구할 수 있게 했는데, 이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를 먼저 거쳐야 한다고 규정했다. 우선, 여기에 ‘중재’ (arbitration)라는 용어를 쓴 것 자체가 무식한 소치였다.

중재는 당사자가 합의해서 중재 판정을 받고 이에 구속되기로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불복해서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중재’는 법률용어로는 ‘조정’ (conciliation)이라고 해야 한다. 중재를 거쳐야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중재전치주의, 14일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단기제소기간은 모두 국민의 사법청구권을 부당하게 제약해서  위헌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참으로 무식한 법률을 제정한 셈이다. 그런데 이 잔재가 지금도 남아 있으니까 문제다.

1987년 6공 헌법 제정과 더불어 '언론기본법'은 폐지되고 '정기간행물법'이 제정됐는데, 언론기본법에 있던 정정보도청구권과 언론중재제도가 그대로 이식되었다. 실질적으론 조정인 절차를 중재라고 그대로 두었고, 독소조항인 중재전치주의와 단기제소기간도 그대로 두었으니 부끄러운 일이었다. 

2005년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정기간행물법'에 있던 정정보도청구권과 언론중재제도가 독립된 법률로 태어나게 됐다. 이 때 비로소 종전에 ‘중재’라고 부르던 절차를 ‘조정’으로 바로 잡았고, 강제 절차인 ‘중재’가 별도로 도입됐다. 이 법률에 의해 흔히 이용되는 절차는 조정이고 중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재는 상사거래에서 주로 사용되는 제도다. (잘못된 법적 용어를 바로 잡는데 25년이 걸렸다.)

미국은 언론자유를 두텁게 보호하기 때문에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미국 대법원은 1970년대 초에 언론에 대해 반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즉 반론권(reply right)을 규정한 주법을 언론의 편집권 침해라고 위헌으로 판결했다. (마이애미 헤랄드가 관련된 소송이었다.)  언론 자유에 대한 견제는 언론 자체와 공론(公論)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아래는 박용상 변호사의 언론중재법 개정에 관한 인터뷰 기사이다. 박용상 변호사는 나한테 대학 선배가 된다. 1970년대 말에 현직 판사로서 서울대에서 헌법으로 법학박사를 한 경우로는 박용상 선배와 황우려 선배가 있다. 두 선배 모두 나의 대학원 은사인 김철수 교수님의 제자였다. 당시 박용상 선배는 언론법으로 박사학위를 했기 때문에 언론기본법 제정에 부득이하게 간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1980년대에  어느 자리에서 내가 우리 법은 조정과 중재도 구분 못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씁쓸한 표정을 지으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82301070312069001&fbclid=IwAR1Y80HInHCQ8sDRP3GKD2W-HVvLvg3hN_77jSFagXVY-NDm7gn3bFOGw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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