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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찰 관람료와 승려 대회
작성일 : 2022-01-25 12:43조회 : 344


사찰 관람료와 승려 대회


1월 21일 오후 종교 편향을 꾸짖는 전국 승려대회가 조계사에서 열렸다. 정청래 의원의 발언이 촉발시킨 승려대회이니 만큼 민주당은 곤혹스럽게 됐다. 사찰 입구에서 징수하는 문화재관람료는 나름대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조계종이 너무 한다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이번 승려대회를 주관한 전국교구본사 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화엄사 주지)은 사찰 문화재 관람료 중 가장 민원이 많았던 지리산 성삼재 길목의 천은사 사찰관람료를 주도적으로 폐지해서 산문(山門)을 개방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승려대회에서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화엄사 주지)은 대회 연설을 통해 "오늘 우리는 정부여당을 준엄히 꾸짖어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의 정신을 확립하고, 한국불교의 자주권과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존재했던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의 존엄을 다시 세우고 승가와 교단을 스스로 지키는 정법당간을 높이 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1월 21일자 기사) 작년(2020년) 3월 3일, 제1회 국립공원의 날을 맞아서 덕문 스님은 국립공원 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는데, 이는 물론 지리산 천은사 사찰관람료 문제를 해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조계종이 승려대회까지 열어서 현 정부/여당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선 것은 전에 없던 일이라서 이런 움직임이 지나치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불교는 단지 종교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이고 문화이며 역사이기 때문에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후보들은 유서 깊은 사찰, 특히 영남권 사찰을 찾는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는 양산 통도사(通度寺)를 찾았는데, 그 때 몰려든 인파가 대단했다고 전해 들었다. 박근혜 후보는 밀양 표충사(表忠寺)도 찾았는데, 국란(國亂)이 닥치면 땀을 흘린다는 비석이 부근에 있는 표충사는 호국(護國) 사찰이라고 불린다. 그래서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표충사를 찾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 2012년에 문재인 후보는 가지 않았고, 2007년에 이명박 후보는 직접 찾았으나 정동영 후보는 부인을 보냈다는 말을 들었다. 2017년 대선 때는 대선 후보 중 어느 누구도 표충사를 찾지는 않았다.

사찰 문화재 관람료를 두고서 절을 보지도 않는 등산객으로부터 왜 돈을 받느냐고 비난을 하는데, 그것도 구체적인 경우를 살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 승려대회에서 포고문을 읽은 덕문 스님은 구례 화엄사(華嚴寺)의 주지 스님이다. 화엄사는 본사이고 문화재가 많은 큰 사찰이다. 봄철에 홍매화(紅梅花)가 만개(滿開)할 때 화엄사는 정말 아름답다. 화엄사를 구경하기 위해선 문화재 관람료 3500원을 내야하며, 주차료는 별도로 받지 않고 있다. 화엄사의 웅장한 건물과 봄철의 홍매화를 보기 위해 3500원 정도는 내야함은 당연하지 않은가 한다.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는 돈이 아닌가. 그러면 등산객은 지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왜 돈을 받느냐고 말할 것이다. 물론 화엄사로부터 지리산 능선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성삼재 도로가 건설된 후에 화엄사부터 올라가는 등산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화엄사에서 능선에 오르면 기운을 너무 써서 지리산 종주(縱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리산 종주를 하거나 또는 기(氣)를 받기 위해 노고단을 가기 위해선 성삼재 주차장까지 차로 가는데, 그 통로는 화엄사의 말사인 천은사(泉隱寺) 소유의 땅이다. 그래서 천은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했는데, 이것이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천은사는 한자 표기 그대로 샘에서 나오는 물이 아름다운 연못을 이룬 곳에 숨어 있는, 고풍(古風) 어린 조용한 사찰이다. 그래서 성삼재 올라가는 길에서 사찰 건물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등산객들에게 보이지도 않는 사찰의 관람료를 내라고 하니까 비난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말썽 많은 천은사 관람료는 2019년 4월에 폐지됐다. 이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분이 화엄사 덕문 주지스님이다. 이른바 ‘지리산 통행료’ 문제가 전남도, 군례군, 환경부와 협의 하에 대승적 차원에서 해소된 것이다.

현재 사찰 문화재 관람료로 말썽이 많은 곳은 설악산 신흥사(神興寺)라고 하겠다. 마등령으로 오르거나 천불동 계곡으로 오르기 위해선 신흥사에서 올라가야 하고, 따라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만 한다. 내 생각으로는, 마등령에 오르거나 천불동 계곡을 타고 대청봉으로 가는 사람이라면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는 문화재 관람료에 대해 불평을 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적어도 그렇게 산을 오르는 사람이라면 산을 지켜준 데는 사찰의 힘이 컸음을 이해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제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 문화재 관람료를 별도로 내야하는 사람들이다. 그것도 문제이지만 권금성 케이블카는 오래 전에 박정희 정권에서 박 대통령 인척에게 법적 근거도 없이 특혜성으로 허가를 내준 이상한 시설이다. 권금성 케이블카는 국립공원 관리에 있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문재인 정부도 그대로 방치했다.
 
속리산 법주사(法住寺)도 관람료를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속리산 등산객들은 문장대로 올라가서 능선을 타고 법주사 쪽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문화재 관람료를 내지 않을 것이다. 나도 속리산을 갔을 때 문장대로 올라서 능선을 타고 법주사로 내려 왔다. 법주사 관람료는 입구에서만 받기 때문에 능선에서 법주사로 내려오는 등산객들로부터 돈을 받을 방법은 없다. 하산해서 잠시 쉰 후에 팔상전도 둘러보고 화장실도 다녀왔지만 관람료는 한 푼 내지 않았으니 조금 미안한 감도 있었다.

-사진 (1) 구례 화엄사, 사진 (2) 천은사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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